오랑캐의 역사/김기협/돌베개/2만5000원
중국은 자신들이 사는 세상을 ‘세계 중심’으로, 나머지는 모두 ‘오랑캐’로 인식했다. 중원은 ‘화(華)’로, 변경은 ‘이(夷)’로, 이른바 ‘화이론’이다. 중국(中國)이라는 명칭도 중화사상에 근거한 것인데, 이 말에는 중국 한족이 중화문명을 면면히 계승했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런데 지금의 중국이 과연 과거 중화제국을 계승한 것이며, 중국문명은 오랑캐문명을 배제한 순수한 중화문명으로 이루어졌을까. 화이론에 기반한 이분법적 인식이 여전히 중국사를 이해하는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는 문명사 차원에서의 중국사 이해를 가로막는다.
‘오랑캐의 역사’ 저자 김기협은 중국의 역사, 다시 말하자면 중국 영토 안팎에서 일어나고 스러진 민족들과 국가들 역사는 유목사회(오랑캐)와 농경사회(중화제국)의 대립과 영향, 끊임없는 교섭의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즉 중국사는 한족 중심의 중화제국 역사로 협소하게 볼 수 없고, ‘중심’과 ‘변방’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되고 확장되어온 것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