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은 26일 양대노총 지도부를 만나 “52시간 유연화와 같은 노동개혁 과제는 반드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3년 만으로, 김 부의장의 주선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정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유명무실화했다는 지적 속에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인 김 부의장이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김 부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양대노총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개혁과제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원활히 추진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주 52시간 제도를 유연화하겠다는 노동정책에는 우려스러운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특히 노동자를 배제하고 사용자 측만 소통하는 것은 편향된 행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하며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에서 이런 우려를 전달했고, 노동개혁 과제는 반드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도 이에 공감하며 긍정적 답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부의장은 “이제는 하루속히 사회적 대화창구를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대통령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셨기 때문에 정부는 조속히 경사노위를 비롯한 사회적 대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속히 양대노총과의 소통에 임하라고 고용부에 촉구한 셈이다.
김현중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물가 폭등,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상승) 등 복합위기 시대를 맞았지만, 정부의 위기극복 정책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 “52시간 제도가 연착륙하기도 전에 유연화를 시도하는 등 기업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소외당하고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일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저임금 체계를 확대하는 정부의 노동개악 등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강조하며 “정부의 법률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회의 권한으로 반대해주시고, 정부가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이나 지침을 통해 일방적이고 우회적으로 개혁을 추진할 경우, 국회의 법률 재개정 권한을 적극 활용해서 강력히 막아주시기를 거듭 요청한다”고 말했다.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한국노총과 ‘강경파’로 불리는 민주노총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한다. 김 부의장은 고용부 장관 시절에도 양대노총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때 양대노총이 8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것이라고 한다. 김 부의장이 장관에서 물러난 뒤 만남을 갖지 않던 양측은 이날 다시 김 부의장 주선으로 3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