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폭주하던 시대로 돌아간 세계…유엔의 역할은?

한국유엔체제학회, 29∼30일 하계 학술대회 열어
반기문 前총장, 이신화 대사, 김헌영 총장 등 참석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의 결과물인 유엔은 세계평화를 가장 앞장서 지켜야 할 막중한 책무를 미국·영국·소련(현 러시아)·중국·프랑스 5대 강대국에 맡겼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가 바로 그것이다. 책임이 무거운 만큼 그에 따른 일종의 특권도 부여했다. 유엔의 모든 회원국들 중 오직 안보리 상임이사국만 갖는 ‘거부권’(veto power)이다. 애초 이는 5대 강대국끼리 서로 싸우는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로 고안됐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서 각국 대표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화면 속)의 화상 연설을 듣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유엔 기구들 중 유일하게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가로막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력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5대 강대국 중 어느 한 나라가 세계평화를 깨고 국제질서를 어지럽혀도 다른 나라들이 개입할 수 없게 만드는 일종의 ‘방탄막’으로 변질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대표적이다. 유엔 안보리는 즉각 러시아를 규탄하고 침략자를 제재하려 했으나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가로막혀 아무 것도 못 하고 있다. ‘총을 쥔 경찰관이 무장 강도로 돌변하면 속수무책’이란 말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강대국 간에 전운이 감돌고 이를 막아야 할 국제기구는 제구실을 못 하는 상황에서 유엔의 역할을 모색하는 뜻깊은 행사가 열린다. 한국유엔체제학회가 강원대, 외교부와 공동으로 29, 30일 이틀간 주최하는 한국유엔체제학회 하계 학술대회가 그것이다. ‘강대국 시대 신흥 안보와 유엔’을 주제로 한 이번 학술대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완전히 달라진 국제 안보환경부터 미·중 패권 갈등 격화 속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전략까지 폭넓게 다룬다.

 

강원대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신화 한국유엔체제학회 회장 겸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김헌영 강원대 총장을 비롯해 국내외 학자 및 관계자 60여명이 참석한다. 강원대 미래도서관과 평생교육원 등 행사장과 유튜브 온라인 생중계를 통한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진행된다.

왼쪽부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신화 한국유엔체제학회 회장 겸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김헌영 강원대 총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행사 첫날인 29일에는 △데이터를 통해 본 유엔과 국제정치 △미·중 다자주의 전략경쟁과 신정부의 외교전략 △다자 네트워크와 한반도 △새로이 부상하는 외교안보 전략환경과 국제관계 등 세션이 진행된다. 둘째 날인 30일에는 △기능주의 다자협력과 북한 △정치와 경제 불균형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국제규범 △인도주의·개발·평화 삼각관계와 유엔의 역할 등을 주제로 세션이 구성된다.

 

강원대 산하 통일강원연구원 송영훈 원장(정치외교학과 교수)은 “이번 회의는 글로벌 위기의 시대 유엔의 새로운 역할 뿐만 아니라 로컬 단위의 SDGs(지속가능 개발목표) 실현방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라며 “새롭게 부상하는 글로벌 협력시대 강원대의 미래 구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