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본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가 1인가구의 증가다. 1인가구의 비중도 40%를 돌파해 1위가 됐다. 하지만, 너무 빠른 변화 탓에 우리 사회가 적응하는 것은 물론 정부 정책도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약 3년간 국내외 1인가구 및 신혼가정 400여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유튜브를 통해 현실을 전하는 크리에이터 ‘자취남’(본명 정성권·32·사진)에게 이러한 현실 개선과 관련한 도움을 청했다.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을 방문한 자취남은 “1인가구라 해서 꼭 용량이 작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커서 남는 게 있고 여유가 있어야 앞으로 누구와 같이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약 3년에 걸쳐 다양한 지역과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온 만큼, 자취남은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른 주거의 변화를 최전선에서 체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취남은 “인구 구조의 변화를 가장 축약하면 ‘아이를 안 낳는다’는 것”이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서울에는 둥지가 없고, 지방에는 먹이가 없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말이었다”고 전했다.
1인가구라고 해서 꼭 1인분이나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도 이르렀다. 그는 “1인가구가 쓰는 전자기기나 가구들을 보면 아주 저렴한 것과 비싼 쪽으로 나뉘는 경우가 많았다”며 “관심이 덜한 분야일수록 실용적이고 가성비 높은 쪽을 택하지만, 가령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매우 비싸고 성능 좋은 쪽을 택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구성원과 함께 산다면 합의가 필요하지만, 혼자 살다 보니 본인의 취향이나 아집이 오롯이 묻어나게 된다”며 “‘거울을 왜 여기에 배치했느냐’고 물어보면 답하기 어려운 게 보통이지만, 1인가구는 본인의 동선과 습관을 고려한 답이 반드시 명확하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자취남 채널의 참여자는 10대부터 20대와 30대의 비중이 크지만, 최근에는 40대가 참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자취남은 “40대가 처음 등장할 때 댓글이 난리가 났는데, 그것을 발판으로 40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며 “향후에는 은퇴자 등 더 높은 연령대의 참여자도 등장하며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지역별로도 국내 지방을 넘어 미국 등 해외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여의치 않지만, 조만간 일본 지역으로도 취재를 확대할 예정이다. 자취남은 “숙련된 1인가구인 중에서는 일본 제품을 쓰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며 “우리나라보다 앞서 1인가구가 증가한 일본에서는 그들을 위해 1인은 물론 1.5인, 2인 용품 등 선택지가 매우 다양해 그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싶다”고 말했다.
채널 참여자의 다수가 사회초년생이나 청년층인 만큼 주택보유자보다는 세입자인 경우가 훨씬 많다. 최근 이들에게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전세 사기’다. 자취남은 “전세 사기도 계속 문제가 됐지만, 금리 인상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 등과 맞물려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며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제도적 허점이 크기 때문에 규제나 처벌을 확실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