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교권 추락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수업 중 한 학생이 교단에 드러누워 여성 교사를 촬영하는 모습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의 영상은 12초 분량으로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엊그제 올라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한 남학생이 교단에 올라가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여교사 뒤쪽에 드러누워 놀리듯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했다. 교실에 다른 학생들이 많았지만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 촬영을 당하는 교사는 이 상황을 무시한 채 수업을 이어갔다. 공교육 붕괴의 참담한 현장이 혀를 차게 만든다.

이 영상이 올라온 계정에는 수업 중 남학생이 웃통을 벗고 여교사에게 장난스럽게 대답하거나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즐기는 모습도 담겨 있다. 교실에서 이 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전국 교원 86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10명 중 6명이 학생의 문제행동을 매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교권 침해 사건이 1만1148건에 이른다. 피해를 당해도 신고하지 않고 참는 교사가 많아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많을 게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생, 학부모들에 의한 교사 폭행이다. 지난 5월 말 울산에선 고등학생이 50대 교사를 폭행해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달 수원시에서 한 초등학생이 여자 담임교사를 흉기로 위협해 파문이 일었다. 전북 익산시의 한 초등학생이 급우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이를 제지하는 담임 교사에게 욕을 퍼붓는 영상이 최근 공개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 학부모에 의한 교사 상해·폭행 사건이 239건이다. 교총은 “수업 방해 등 문제행동에 대해 교사가 즉각 취할 수 있는 제재 방법이 없고 학부모들의 민원·아동학대 신고 등에 교사들이 위축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의 시인 헨리 반다이크는 ‘무명(無名) 교사에게’라는 시에서 ‘젊은이들을 올바르게 이끄는 것은 무명의 교사들’이라며 ‘게으른 학생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하고자 하는 학생을 고무하며, 방황하는 학생에게 안정을 주는 게 교사들’이라고 했다. 교권이 짓밟히면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 교단을 일찍 떠나는 교사들도 늘고 있다. 교육부와 국회는 학생생활지도 강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