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해상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추락한 공군 전투기에서 비상탈출한 조종사 2명이 인근 김 양식장에서 일하던 스리랑카 근로자들에 의해 구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9일 경기 안산시 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에 따르면 조종사를 구출한 당사자들은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스리랑카에서 3년 전 한국에 온 자뚜랑그(30)·루완(31)씨와 4개월 전 입국한 딜립(34)씨, 다른 한국인 근로자 등 4명이었다.
이들은 전투기가 추락한 당일 화성시 제부도 인근 바닷가 김 양식장에서 일하던 중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비행기 뒷부분에서 연기가 나는 것이 곧 추락할 것 같다고 생각하던 이들과 한국인 근로자는 비행기에서 조종사 2명이 비상탈출하는 것을 목격했다.
조종사들은 500여m 떨어진 다른 김 양식장에 떨어졌다. 곧바로 배를 몰고 추락지점으로 가보니 낙하선 밧줄과 김 양식장 밧줄에 엉켜 있는 조종사들이 눈에 보였다. 스리랑카 근로자들은 김 양식에 쓰는 도구로 서둘러 밧줄을 끊고 풀어서 조종사들을 구출해 가까운 방죽으로 옮겼다.
구조 당시 조종사 1명은 입에 피를 흘리고 있었고, 다른 1명은 골절로 인한 통증을 호소했다.
자뚜랑그씨는 구조헬기를 발견한 조종사가 조종복 안에 있던 연막탄을 찾아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찾아 건네주기도 했다. 구조헬기는 조종사가 쏜 연막탄을 보고 접근, 이들을 구조한 뒤 무사히 이송했다.
공군은 지난 12일 낮 12시20분쯤 F-4E 전투기 1대가 화성시 전곡항 남쪽 9㎞ 지점에서 임무 수행 중 추락했고, 조종사들은 비상탈출해 항공우주의료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힌 바 있다.
스리랑카 근로자들의 조종사 구조 사실은 근로자들 가운데 한 명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안산시 외국인상담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스리랑카인 직원이 이 글을 보고 센터에 소식을 전했다.
권순길 센터장은 “이들이 ‘낙하산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보면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스리랑카 근로자들이 2021년 3월 전곡항에서 낚싯배(해성호)가 침몰했을 때도 배에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을 알게 됐다”면서 “한국에서 힘들게 일하는 외국인임에도 인명을 구하는 데 앞장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