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사건에서 한국 정부가 4천억원 가까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정이 31일 나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관련 승인에 관여했던 전·현직 관료들에 대한 책임론도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배상결정액이 론스타 청구액(46억8천만달러)의 4.6%(2억1천650만달러)에 해당하지만 배상금에 지연이자까지 합산한 금액은 4천억원(배상금 2천800억원+지연이자 1천억원 상당)에 달한다. 한국 정부가 ISD에서 패해 수천억원대 배상금을 지급한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 총리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고문이었다. 한 총리는 2002년 11월부터 8개월간 김앤장 고문을 지냈다.
한 총리는 2006년 감사원의 론스타 특별감사 때에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부총리였고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론스타의 투자가 없었다면 외환은행은 파산상태로 갔을 것"이라며 론스타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한 총리는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론스타 문제에 대해 "국가 정부의 정책 집행자로서 관여한 적이 있지만 제 사적인 직장에서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 김앤장이 론스타 법률대리를 하는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추 경제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그동안 여러 절차가 진행됐고 대법원에서까지 문제가 다 정리된 부분"이라면서 "당시로 돌아가도 그 시장 상황에 있었으면 저는 아마 그렇게 결정할 것"이라며 당시 판단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론스타와 관련이 있다. 2008년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자인했을 때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다.
이 총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론스타가 스스로 제출한 서류에 비금융주력자라는 사실이 들어가 있었는데 심사를 유보했다는 국회의원 지적에 대해 "론스타가 보내준 자료가 원자료와 다르고 확인 절차가 계속됐으며 확인되더라도 주식매각 명령을 내려야 하는지 논의가 있어 시간이 갔다"고 해명했다.
론스타 관련 고위 공직자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의혹과 관련해선 감사원 감사와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이어졌지만, 법원 판결을 거쳐 이미 무죄로 사법적 결론이 난 상태다.
형사처벌에 필요한 시효도 종료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불법승인 의혹에 대해 "시효가 이미 다 끝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중재판정부의 배상 판정에 책임이 있는 전·현직 금융관료들에게 국가가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직무상 위법행위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관료 개인에게 배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로 인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해당 위법행위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기인한 것일 때만 국가가 해당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등 공무원 개인의 배상 책임을 엄격히 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와 별개로 정치적·도의적 책임 논란까지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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