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 여행객 비자 발급 간소화 15년만에 중단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여행자에 대한 비자 발급 간소화를 15년만에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EU가 체코 프라하에서 진행한 외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와의 비자 촉진 협정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러시아인은 2007년 EU와 러시아가 체결한 특별 비자 촉진 협정을 통해 한 번 비자를 발급 받으면 EU 회원국 안에서 자유로운 통행이 보장됐다. 그러나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제재 일환으로 지난 2월 25일부터 러시아 공무원이나 정부 요인, 사업가 등에 대한 비자 촉진 협정을 중단했다. 일반 관광객들에 대해선 협정 효력을 유지해 왔다.

이번 결정으로 러시아인이 EU 회원국에 신규 비자를 신청할 때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10일 이내였던 발급 기간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비자 발급 비용은 기존 35유로(약 4만7000원)에서 80유로(약 10만7000원)로 오른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협정) 중단으로 러시아인의 EU 회원국 비자 발급이 더 어려워지고 오래 걸리게 되며, 신규 여행이 실질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등 일부 동유럽 EU 회원국들이 요구했던 비자 발급 전면 중단 조치는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러시아 인접국들은 비자발급 제한을 요구해 왔지만, 망명자 수용 등을 놓고 EU 내부에서 이견이 나오며 논란이 있어 왔다. 독일, 프랑스 등이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일부 동유럽 EU 국가들이 러시아인에 대한 개별적인 비자 금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럽국경·해안경비청(Frontex·프론텍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육로로 유럽에 들어온 러시아인은 100만명 가량이다. 대부분은 러시아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경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은 “러시아 항공 노선이 대거 중단된 후 (관광객들이) 대체 여행 경로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렐 대표는 “지난 7월 중순부터 러시아에서 EU 회원국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상당히 늘었다”며 이를 인접국에 대한 안보 위험으로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