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의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한 단지처럼 계획해서 시행할 수 있는 게 모아타운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린 ‘모아주택·모아타운 주민설명회’. 김지호 서울시 모아주택계획팀장의 설명에 100여명의 주민이 숨소리를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30대 젊은 층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참석 주민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자율주택형, 가로주택형, 과소필지 등 생소한 용어가 잇따르자 이들은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화면의 발표 내용을 주시했다. ‘낡고 불편하지만 재개발은 엄두가 안 나는 서울 빌라촌도 바뀔 수 있을까.’ 참석 주민들이 가진 이런 의문에 김 팀장은 모아타운이 왜 해법인지 하나하나 짚었다.
◆서울 빌라촌 재개발 힘들어 모아타운 필요
모아타운이 필요한 이유는 서울 저층주거지의 87%가 재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서울 저층주거지 131㎢ 중 115㎢는 향후 10년 이내 재개발이 힘들다”며 “10년 이내 재개발 법적 요건에 부합하는 지역은 16.7㎢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반면 빌라촌으로 불리는 저층주거지 상당수는 좁은 도로에 낡은 집이 다닥다닥 붙은 데다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에 따르면 서울 한 지역의 경우 24㏊에 차량 634대가 불법 주차돼 있었고, 40㏊인 다른 지역엔 264대가 불법으로 주차된 상태였다.
이런 저층주거지를 방치하면 나홀로 아파트가 듬성듬성 들어서 주거 환경과 도시 미관이 열악해지고 재개발 조건에서 더 멀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서울시는 모아주택 방식의 ‘묶음 개발’을 통해 저층주거지 난개발을 막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려 한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말부터 전문적인 질의까지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한 주민은 “오랫동안 건축업을 했는데도 (모아타운이) 이해가 안 된다”며 “책자로 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모아주택 요건이 1500㎡ 이상인데 서울에 협소필지가 많아 이에 못 미치지 않느냐, 가로주택정비사업과 모아타운의 노후도 요건이 다른데 모아타운 공모 전에 조합 설립을 먼저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 등의 질문도 나왔다.
◆“모아타운으로 주차난 해결할 수 있을 것”
설명회가 끝난 후 만난 주민 정철수(가명·45)씨는 모아타운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정씨는 2016년부터 광진구 자양동에 살다 자녀 교육 문제로 다른 지역 전세로 옮겼다. 그는 “자양동은 주차 문제가 어마어마하다”며 “모아타운을 하면 공동주차장을 만들 수 있다니 주차난을 해소할 수 있을 듯 하다”고 말했다.
상당수 시민에게 모아타운이 생소하지만 정씨는 일찍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의 처가가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에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조합 설립만 10년 걸렸다”며 “모아타운은 재개발보다 기간이 훨씬 줄어든다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가로주택정비사업과 달리 3∼4구역을 합쳐서 모아타운으로 가면 난개발되지 않고 공동주차장을 쓰는 데다 녹지 확보도 되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며 “자양동은 가로주택보다 모아타운이 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씨는 “자양동 개발을 바라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집 앞에 들어선 대단지 신축 아파트”라면서 “아마 다들 그 아파트를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로 3년을 보내니 집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며 “전에는 집이 자고 출근하는 곳이었지만 이제 생활 공간으로 바뀌어 ‘더 크고 넓었으면 좋겠다’는 욕망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