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 워크/탠시 E. 호스킨스/김지선 옮김/소소의책/2만1000원
신발 한 켤레에서 통제를 벗어난 현대 사회의 과잉소비주의, 가죽을 확보하기 위한 도살산업 실태, 열대우림 파괴 문제와 저개발국가의 노동참상을 통찰하고 다국적기업을 앞세운 세계화의 위태로운 현실을 조망한 신간이다.
왜 신발인가. 신발이야말로 세계화의 추동력이자 그 결과물이다. 생산의 세계화를 최초로 경험한 물품이면서 현재 우리 세상의 상호 의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불평등도 극명하게 드러내는 공산품이다. 신발 제조 공정은 전 세계로 분산됐는데 대다수는 고위험 저임금 생산 라인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신발 바깥쪽에 붙은 상표는 우리가 신발을 살 때 가장 중요한 선택 요소다. 신발업체는 고객에게 브랜드의 이름과 신발 사이즈 말고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누가 어떻게 무엇으로 신발을 만드는가.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로 의류와 신발 관련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해온 저자는 평범한 일상용품인 신발을 통해 지금 우리가 직면한 복잡하고 불합리한 문제를 깊이 있게 파헤친다. ‘스니커광’들이 모인 행사장을 찾아가 직접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느끼는 신발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귀담아듣는다.
반면 열대 아프리카의 고산지대에 거주하는 카메룬, 르완다, 부룬디 농민들은 신발이 없어 질병 위험에 노출된다. 십이지장충과 상피병 같은 토양 매개성 기생충 탓이다. 둘 다 발을 통해 인체에 들어와 각종 질병과 통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신발 살 돈이 없다.
부자들에게 막대한 수의 신발을 공급하는 건 저개발국가에 사는 셰브넴 같은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서구 자본이 세운 ‘글로벌 공장’에서 밤낮없이 일한다. 저자는 독성 폐수 탓에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무두질 공장 노동자, 주 50시간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나이키 운동화를 사려면 월급의 절반을 바쳐야 하는 중국인, 최저임금의 20~25%밖에 벌지 못하는 파키스탄 재택 노동자의 삶을 고발한다.
아울러 값싼 노동력과 자원을 찾아 저개발국가로 몰려가는 다국적기업의 무분별한 확장, 사람보다 금전적 이익을 앞세우는 정치적 결정, 열악한 노동 환경과 부의 불평등, 자연 자원과 환경파괴, 통제를 벗어난 과잉 소비주의 등을 비판한다.
“이 책을 읽고 난 여러분은 자신의 신발을 내려다보면서 다소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어쩌면 창밖으로 세상을 내다볼 때도 그러할지 모른다. 이 불편함은 반드시 느껴야 하는 중요한 감정이다. 그리고 우리만 느끼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이 세계가 어딘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이전의 어느 때보다도 많아졌다. 그 이유는 어느 정도, 인류가 지금 거대한 질문들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기후 파괴를 막고 자원을 재분배하고 세계를 공정하며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