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년 차인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의힘이 위태롭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소환으로 촉발된 거대야당의 공격에서부터, 여전히 당 내홍의 근원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반발에 이르기까지 당 안팎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향후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끝난 게 아니다’ 개혁보수 목소리 내는 이준석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여전히 국민의힘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 2시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당헌·당규를 마음대로 개정하고 당무를 뒤흔들어 놓는 것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무엇보다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당헌·당규를 졸속으로 소급 개정해서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덮으려고 하는 행동은 반헌법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다음 날인 5일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의 정당성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투표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당헌·당규에도 없는 당대표 관련 규정을 준용,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겼다. 여기에 또다시 당헌·당규를 개정,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중이다. 사법부가 본안 판단까지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켰지만,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우회적으로 조기 전당대회를 진행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대구의 정치문화를 비판하고 변화와 각성을 요구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작금의 상황을 표현하자면 지록위마(指鹿爲馬)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을 때, 왜 초선의원들이 그것을 말이라고 앞다퉈 추인하며 사슴이라고 이야기한 일부 양심 있는 사람들을 집단린치 하느냐”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원외에서 최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 향후 있을 조기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표의 경우 아직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라 당 대표 후보로 나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개혁보수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과 이 전 대표가 연합할 경우 무시하긴 어렵다.
지난달 10일 한길리서치가 6~8일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에서 차기 당 대표로 적합한 후보를 물은 결과, 유승민 전 의원이 23.0%로 1위를 기록했고 이 전 대표는 16.5%를 기록했다. 윤핵관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2.5%, 장제원 의원은 2.2%에 불과했다.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 모두 현재 국민의힘 밖에서 잠행 중인데, 두 사람이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차기 당대표 지지율의 40%가량을 차지한 것이다.
◆‘역린을 건드렸다’ 이재명 검찰 수사의 후폭풍
여기에 최근 국민의힘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이 대표의 소환조사와 관련한 야당과의 경색된 관계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향후 있을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카드까지 꺼내들며 압박하고 있다.
이날도 민주당은 이 대표의 검찰 소환통보를 두고 전면전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출석요구에 대해 “제1야당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전면전 선포”라고 규정했다. 조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소환은 한국 정치사에 전례가 드문 일로,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야당 탄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이 대표가 취임한 지 사흘 만인 8월30일 대통령과의 통화와 영수회담 제안이 있은 지 하루 만에 돌아온 답은 터무니없는 구실을 잡아 만든 소환장”이라며 “과거 중앙정보부의 김대중 현해탄 (납치)사건을 연상시킬 정도로 검찰을 통한 무자비한 정치보복 본색을 드러냈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백현동 특혜의혹에 대해 이 대표를 정조준하자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또다시 소환했다. 당의 수장이 검찰의 타겟이 되면서 역공을 펼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를 직접 승인했다는 보도를 근거로 “김 여사의 기소와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주장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해당 보도가 “날조·허위”라며 법적 조처를 예고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공소시효가 다가오고, 수사당국이 형평성을 잃고 해태하면 특검 문제에 대해 갈수록 적극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김 여사와 관련해 도이치모터즈 주가조작이나 허위경력 의혹 외에도 워낙 많은 사안이 쌓여 국민들은 오히려 정권 초반에 털고 가라는 목소리가 훨씬 더 다수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즉 김 여사에 대한 특검 도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