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과 중국이 대만해협의 국제적 지위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해협 중 중국과 대만의 영해(領海) 해역인 12해리(22.224㎞) 범위 밖은 공해(公海)여서 항행·상공비행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해당 해역이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므로 1982년 유엔 해양법협약에 따라 중국 법령이 규정한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국무부는 4일 대만해협의 국제적 지위와 관련한 세계일보 질의에 “대만해협은 어떤 국가의 영해가 아닌 연속적인 통로”라면서 “이 통로 내에서 모든 국가는 1982년 해양법협약에 반영된 대로 공해상에서 항해, 비행 및 기타 합법적인 바다 사용의 자유를 누린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전 세계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더 넓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중국의 공격적인 언사 및 증가하는 압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대만을 영토로 보지만 대만해협 전체가 영해라는 주장은 아직 하고 있지 않다. 중국은 대신에 EEZ 통과 시 연안국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해양법협약 87조 규정대로 미국 군함이 대만해협을 지나갈 때 중국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 1일 해양법협약 40주년을 맞아 중국중앙(CC)TV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지금까지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걸핏하면 협약을 들먹이며 다른 나라를 억압하는 도구로 활용했다”며 “미국이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는 진짜 목적은 EEZ 등을 인정하지 않고, 바다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항공모함을 띄워 해양 패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다”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대만해협 통과 시 주장하는 ‘국제수역’은 중국 주장대로 해양법협약에는 없는 용어다. 이는 미국의 ‘해군작전법에 관한 지휘관 지침’ 규정이다. 미군은 해양을 국가 주권하에 있는 수역(내수, 영해)과 국제수역(배타적 경제수역, 공해)으로 구분한다. 해양법협약에 국제수역이라는 용어는 없지만 해양법협약상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제3부)이라는 데 국제적 이견은 없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만에 3억5500만달러(약 4828억원) 상당의 AGM-84L 하푼 블록Ⅱ 지대함미사일 60기, 8560만달러(1164억원) 규모의 AIM-9X 블록Ⅱ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 100기를 수출하고, 6억5540만달러(8913억원) 상당의 감시레이더 장비 관련 계약자 군수지원(CLS)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