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복구도 다 못했는데 강력한 태풍이 온다니 막막하네요.”
비가 부슬부슬 내린 4일 오전 찾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반지하 집에는 도배 업체 관계자가 시멘트 바닥에 장판을 까느라 분주했다. 인부들은 휴일도 반납한 채 아침부터 벽지를 새로 교체하는 등 집 수리에 한창이었다. 집 바깥에는 뜯어낸 벽지들과 함께 여러 가구가 놓여 있었다. 아직 작업을 마치지 못한 곳에는 곰팡이가 남아 있었다. 벽에 묻은 토사 자국은 침수 당시 상황을 짐작게 했다.
집주인 김모(58)씨는 반지하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내린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아직 다 복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들려온 태풍 ‘힌남노’의 북상 소식 때문이다. 힌남노가 1959년 ‘사라’ 이후 한반도 상륙 태풍 중 가장 강한 태풍으로 꼽히는 2003년 ‘매미’보다 더 강한 위력을 지녔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김씨는 불안감이 커진다. 김씨는 “지난달 폭우 피해 이후 1000만원어치 가까운 물건을 버리고 차에서만 며칠을 지냈다”며 “이제야 바닥과 벽지를 바꾸고 있는데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온다고 하니 또 피해를 입을까 무섭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외에 폭우 피해를 겪었던 다른 지역 수재민들도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전남 구례 한 마을의 일부 주민은 여전히 이동식 컨테이너에서 지내고 있다. 경기 광주의 한 마을은 지난 폭우 때 산사태가 발생해 일부 주민이 고립되기도 했는데, 여전히 건물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경기도는 지난달 집중호우로 큰 타격을 입은 광주시를 비롯한 특별재난지역에 태풍으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날 현장을 미리 점검했다.
수재민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철저한 대비를 촉구했다. 신림동의 한 주민은 “오갈 곳도 없는 신세에 이제야 지난 폭우 피해를 수습하고 있다”며 “이번 태풍은 구청 등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 별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