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상 중인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오전 부산 인근을 지날 것으로 예보되자, 4일 정부와 지자체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 대응했다. 부산 침수 우려 지역 주민들은 서둘러 집을 빠져나오거나 모래 주머니를 쌓으며 단단히 대비했다. 제주와 목포 등에서는 선박 수천척이 항구로 대피했고 하늘길·뱃길은 무더기로 끊겼다.
제주에서는 이날 힌남노 전면의 강한 비구름대로 인한 집중호우로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와 상모리 주택과 상가 등 27곳이 침수됐다. 소방 당국은 긴급 배수 지원과 안전 조치를 취했다. 바닷길은 막혔고 항공 운항도 차질을 빚었다. 이날 오전 9시 목포로 가는 여객선 한 척이 제주에서 출항한 이후 모든 여객선 출입이 통제됐다. 제주 내 항구에는 선박 2000여척이 대피했다. 목포 선착장에서는 어선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어선과 부두, 어선과 어선끼리 밧줄로 결박했다.
부산 해운대구는 이날 월파 우려가 큰 마린시티, 청사포, 미포, 구덕포 주민을 대상으로 5일 오후 6시부터 시행되는 대피 권고를 내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부산 남·동구에서 이날 146세대 198명이 친인척집과 호텔 등으로 사전 대피했다. 마린시티 인근 상가는 2016년 태풍 ‘차바’ 피해를 떠올리며 바짝 긴장한 채 곳곳에 모래 주머니를 쌓았다. 부산 해안가 근처 아파트들은 베란다 창문 곳곳에 X자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전국 여객선은 고흥녹동~거문, 목포팽목~죽도, 완도땅끝~산양 등 37개 항로 52척이 운항 중단됐다. 항공기는 김포 3편, 제주 5편 등 12편이 결항했으며, 국립공원은 22개 공원 609개 탐방로가 통제됐다.
제주와 부산에서는 5일 하늘길과 뱃길이 대부분 끊긴다. 대한항공은 5일 오후 1시부터 6일 오전 9시까지 제주발 국내선 항공편 40여편을 전면 결항한다. 아시아나항공도 5일 오후 1시 이후 항공편 전편을 결항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 제주와 김포를 오가는 비행기는 대한항공 오후 2시, 진에어 오후 1시 35분, 에어부산 오후 5시 이후 결항된다.
부산교육청은 힌남노가 상륙하는 6일 모든 학교에 전면 원격 수업을 시행한다. 등교를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서는 긴급돌봄을 운영한다.
다른 지역들도 태풍 대비로 비상이 걸렸다. 울산의 대표적인 상습 침수 지역인 태화시장에서는 상인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대목을 맞아 준비했던 상품을 제대로 팔지도 못하고 헐값에 넘긴 이들은 기상 상황을 살피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2013년 태풍 매미로 해일이 덮쳐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입은 창원시도 대응책을 마련했다. 창원시는 해안가 저지대 침수 및 해일 피해 우려 지역 안전 관리에 중점을 두고, 지하차도와 우수 저류 시설, 배수펌프장 등을 점검했다.
전남도는 연안 안전사고 위험예보제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보’로 격상하고, 해안가 순찰 강화에 나섰다. 해양경찰은 각 기능별 인원으로 지역구조본부를 가동했으며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원자력발전소도 비상이다. ‘역대 최강’ 태풍이 지나는 경남에는 원전이 밀집해 있다. 2020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때 강한 바람을 타고 해수 염분이 원전 내 전선 애자(절연 장비)에 달라붙으면서 신고리 1·2호기와 고리 3·4호기, 월성 2·3호기의 가동이 줄줄이 정지됐다. 2003년 매미 때도 고리 1∼4호기 등 5기가 멈춰선 바 있다.
환경부는 270∼600㎜의 비에 대비해 전국 20개 다목적댐에서 60억t의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했다. 산림청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주요 등산로와 야외 이용시설을 전면 폐쇄했다.
병무청은 태풍 힌남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병역의무자의 입영일자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병무청은 태풍의 영향으로 본인 또는 가족이 피해를 입은 병역의무자에 대해 병역(입영) 판정 검사와 현역병 입영, 사회복무요원 및 병역 동원훈련 소집 대상자의 입영이나 훈련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연기 기간은 병역 판정 검사 또는 입영일자로부터 60일 범위 내이며, 연기 신청은 전화 또는 병무청 누리집, 병무청 애플리케이션(앱) 민원 서비스를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