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대 태풍 중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면서 6일 직접 영향권에 드는 경남은 육상과 해상에 초비상이 걸렸다.
전국 최대 해상가두리 양식장 밀집지인 경남의 양식업계도 비상 상황에 들어갔다.
2021년 기준 통계청 ‘어류양식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국 해상 가두리 양식장 면적 98만㎡ 중 경남이 47.4%(45만㎡)를 차지한다.
사육 마릿수도 경남이 40%를 넘어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이에 경남 양식업계는 2003년 태풍 ‘매미’ 악몽이 재현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힌남노’가 ‘매미’와 발생 시기가 비슷한 9월 초, 가을 태풍인데다 경로도 비슷해서다.
당시 태풍 ‘매미’는 통영시와 거제시, 고성군, 남해군 등 경남 앞바다 해상 가두리 양식장 대부분을 초토화시켰다.
강풍과 파도에 양식장 시설이 대부분 부서져 물고기가 달아났다.
통영시 등 각 지자체는 우선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 상주하는 양식장 관리 인력을 5일까지 전원 육지로 대피시켰다.
어민들은 해상 가두리 양식장 그물망과 닻 등에 연결된 밧줄을 단단히 붙들어 매고, 이동이 가능한 일부 양식장은 파도가 조금이라도 약한 곳으로 옮겼다.
태풍 ‘힌남노’ 북상에 바닷가와 접한 도내 조선소도 피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는 이달 초부터 미리 모든 작업장에 안전조치를 실시했다.
강풍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크레인이나 생산시설 등을 모두 단단히 고정시켰다.
실내로 이동시킬 수 있는 장비 등도 내부로 옮기고,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수구도 점검했다.
특히 안벽에 계류된 선박들이 강풍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기 위해 고정용 로프를 대폭 늘려 묶었다.
대우조선해양은 ‘힌남노’가 6일 오전 경남 해안권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된 만큼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조정하거나 휴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2003년 태풍 ‘매미’로 막대한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했던 경남 창원 마산만에 방재언덕 차수벽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 차수벽은 이 같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마련됐다.
매미로 인해 당시 마산지역에서만 18명이 숨지고, 이재민 9200여명, 재산피해 5900억원이 발생했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은 높이 2m, 폭 200m 규모 방재언덕 차수벽을 5일 오전부터 가동했다.
2018년 12월 준공 이후 두 번째 가동이다.
앞서 마산해수청은 지난해 9월 태풍 ‘찬투’ 때에도 해안가 저지대 피해 예방을 위해 차수벽을 운영했다.
창원시도 힌남노 상륙이 예상되는 새벽 무렵이 만조시간까지 겹쳐 침수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해 마산어시장 상인 등 인근 시민들에게 차수벽 역할을 할 모래주머니를 전날에 이어 추가로 나눠줬다.
경남 진주혁신도시에 본사가 있는 한국남동발전도 CEO 주재 전사 재난 대응 회의를 열고 비상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김회천 한국남동발전 사장은 전 사업소 태풍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비상 대응태세 확립을 주문했다.
경남도교육청도 6일에는 도내 모든 학교에서 전면 원격 수업을 실시하도록 결정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에 따르면 6일 원격수업을 실시하는 곳은 △유치원 670개 △초등학교 525개 중학교 267개 △고등학교 190개 △특수학교 11개 △대안학교 등 각종학교 10개 등이다.
도교육청은 소속 모든 기관과 학교에 학생 안전 확보, 선제적 학사 운영 검토, 상황 단계별 비상근무 및 비상 연락 체계를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이번 태풍에 대비해 철저하게 상황을 관리해 학생 안전을 확보하고 시설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경남도도 이날 풍수해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심각’으로 격상하고, 5일 오전 9시를 기해 재난안전대책본부(재대본) 최고단계인 비상 3단계를 가동했다.
재대본 비상 3단계 실시로 전 공무원 3분의 1이 비상대기 근무한다.
도는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도내 도로와 지하차도, 둔치주차장 등 183곳을 통제했거나 통제할 예정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도내 18개 시·군, 관계기관에 가동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비상체계를 가동해 총력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박 지사는 “태풍 ‘힌남노’는 강풍을 동반한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만큼 무엇보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사전대피를 적극 실시하고, 피해 발생 시 군부대 동원과 신속한 장비 지원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신속한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도민들께서는 5~6일 태풍이 도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태풍 내습 시 외출은 자제하고 주택 및 차량 침수 시 즉시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해 인명피해가 없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