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37)씨는 지난 5월 새 회사에 입사한 뒤로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 업무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일을 못한다면서 동료들에게 배제·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사내 괴롭힘에 정신적 고통을 겪던 A씨는 지난달 3일 밤 ‘외롭고 힘들다’는 취지의 문구로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를 바꿨다.
문제는 다음 날 발생했다. 평소 자신을 괴롭혀온 직원 중 1명인 B씨가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를 ‘ㅇㅁㅊㅇ(이미친×) 단명할 예정^^’이라고 바꿨는데, A씨는 보자마자 ‘나에게 하는 말 같다’고 느꼈다고 한다. 꺼림칙한 마음에 A씨는 다른 직원의 카카오톡을 통해 B씨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확인해봤다. 다른 직원 카카오톡 계정에서 보이는 B씨의 상태메시지는 달랐다. B씨가 A씨에게만 메시지가 보이도록 ‘멀티프로필’을 설정해 A씨를 저격한 것이다. A씨는 “B씨가 내게 한 괴롭힘 행위 등을 정리해 관리자에게 알린 다음 날 바로 카카오톡 상태메시지가 저를 저격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멀티프로필이 직장 내 괴롭힘에 활용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친구목록에 있는 여러 사람에게 각기 다른 프로필 사진과 배경 사진, 상태메시지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한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기능이 괴롭힘에 악용되고 있다. 멀티프로필 기능 특성상 피해자만 가해자의 행위를 인지할 수 있어 기존의 다른 괴롭힘보다 더욱 은밀하고 교묘하게 이뤄진다. 그만큼 해당 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아 피해자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월 멀티프로필을 출시한 카카오 측은 “여러 인간관계에 알맞은 프로필 설정과 노출이 필요하다는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며 기능 생성 취지를 밝혔지만, 괴롭힘에 악용되며 여기저기서 잡음이 생기고 있다.
인터넷 포털에 ‘멀티프로필 괴롭힘’ 등의 단어를 검색해보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피해자들의 호소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 네티즌은 “한 직원이 저에게만 멀티프로필을 지정해뒀다”며 해당 직원이 본인에게 설정한 멀티프로필을 캡처해서 올렸다. 해당 메시지엔 ‘당신은 존재만으로 피해가 되는 사람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문제는 멀티프로필로 이뤄지는 은밀한 괴롭힘을 형사처벌 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근로기준법이 있긴 하지만, 괴롭힘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지 괴롭힘 자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없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행위인 만큼 정보통신망법 적용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일대일로 행해져 범죄 구성요건인 ‘공연성’이 성립하기 쉽지 않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멀티프로필을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는 갑론을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행위 자체는 명백한 갑질이기에 회사 내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