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비바람… 제주·남해안 ‘폭풍해일’ 덮쳤다

‘힌남노’ 6일 오전 7시 남해안 상륙

‘매우 강’ 세력 유지하며 한반도로
거제·부산 등 오늘 오전 최대 고비
낮 12시쯤 동해상으로 빠져나가
尹대통령 “국민 안전 위해 최선”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역대급 비바람을 몰고 경남 남해안에 도달했다. 북상하는 동안 힌남노 양쪽에 놓인 고기압이 태풍의 반시계 방향 회전을 도와줘 지치지 않고 ‘매우 강’의 강도로 한반도 근처까지 올라왔다. 힌남노는 6일 낮 12시쯤 동해상으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집채만한 파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로 북상 중인 5일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앞바다에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북상 도중 오히려 세력을 키운 힌남노는 6일 오전 7시쯤 경남 남해안에 도착해 낮 12시쯤 동해상으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뉴시스

기상청에 따르면 5일 오전 10시 기준 북위 30도 부근에서 중심기압 930h㎩로 강하게 발달해 있는 힌남노는 6일 오전 7시 경남 남해안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도 중심기압 950h㎩ 안팎에 최대풍속 초속 43m로 예상된다. ‘역대 최강’이라는 수식어답게 강력하다. 상륙 지점은 현재 예상 경로대로 부산 인근에서 거제도 인근이 될 것이 유력하다. 육지로 올라온 뒤에야 서서히 힘이 빠져 7일 0시쯤 일본 삿포로 서쪽 해상에서 열대저기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 태풍은 북상하며 최성기를 지난 뒤 북위 30도 부근을 지나면서 서서히 약해진 채로 우리나라에 상륙한다. 위도가 높아질수록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고 주변 기압계 영향을 받으며 태풍이 에너지를 소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힌남노는 매우 이례적으로 북위 30도 부근을 지나며 더 강하게 발달했다.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높았고, 힌남노 양쪽에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벳 고기압이 위치해 태풍의 회전을 도왔다.

제11호 태풍 '힌남노' 북상으로 제주 전역에 태풍경보가 내려진 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 도로에 있는 야자수가 휘어져 있다. 뉴스1

제주·남부 지역에서는 이날 주민 대피 명령을 내리고 취약시설을 점검했다. 부산 동·남구는 주민 198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고, 해운대구도 대피를 권고했다. 창원시는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 주민 156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제주도는 해안가 저지대에 폭풍해일 주의보를 내렸다. 제주공항에서는 이날 오후 2시 이후 모든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해안가 상가들이 가게 앞에 돌을 쌓아 월파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까지 전남과 경상권 대부분, 전북 동부와 충청권 일부가 직접적인 태풍 영향권에 들며 많은 비가 내리고 태풍이 끌어올린 따뜻한 공기와 북서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충돌하며 중부 지방에도 호우가 예상된다. 태풍이 동반한 강풍에다가 우리나라 동서로 견고한 고기압과의 기압 차까지 발생해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겠다. 이날부터 초속 40∼60m 수준의 강풍이 분 제주도는 6일 아침, 경남권 해안은 6일 오전, 동해안은 6일 오후까지 강풍 위험권에 속한다. 강한 바람에 물결도 더 높게 일면서 파고는 12m 수준으로, 최고 15m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재난관리 종사자들에게 ‘선 조치 후 보고’를 강조했다. 초록색 민방위복을 입고 출근한 윤 대통령은 이날 도어스테핑에서 “(청사에서) 비상대기를 할 생각”이라며 “모든 국민이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 대통령수석비서관(대수비) 회의서도 “대통령실에 머물면서 종합 상황을 보고 받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점검하겠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