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 환율 금융위기 후 첫 1370원대 [한강로 경제브리핑]

먹거리 물가 8.4% 상승·공공요금 인상 예고에 서민 생활 ‘팍팍’

전 세계적으로 ‘킹달러’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5개월 만에 1370원을 돌파했다. 달러 강세 속에 외화비상금인 외환보유고마저 감소세로 돌아서 외환 당국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1년 전보다 8%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택시요금, 전기·가스 요금 등도 줄줄이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서민들의 물가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5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원 환율이 전일 대비 8.8원 오른 1371.4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5일 원·달러 환율 1371.4원…4거래일 연속 연고점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8원 오른 1371.4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370원을 넘어선 건 2009년 4월1일(1379.5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지난달 31일 이래 4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환율은 지난달 5일(1298.3원)이후 한 달 동안 73.1원(5.6%) 급등했다. 코스피는 이날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장중 한때 2400선이 무너지기도 했으나 전 거래일 대비 5.73포인트 하락한 2403.68에 마감됐다. 

 

달러화 강세는 한국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10선을 넘어섰다. 달러인덱스가 110선을 넘어선 것은 2002년 6월 이후 20년 만이다. 달러가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의 목표 수준 안정이 확인되기 전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연일 치솟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도 변수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0.12% 오른 1달러당 6.89위안에 환율을 고시했다. 심리적 저지선인 ‘1달러=7위안’을 목전에 두고 있다. 중국이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가치 하락의 ‘트리거’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외환보유액은 한 달 만에 20억달러 넘게 줄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국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7월 말(4386억1000만달러)보다 21억8000만달러 줄어들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했다가 7월 반등했지만 다시 한 달 만에 감소 전환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 규제혁신 TF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택배용 화물차 최대적재량 2.5t으로…정부, 36개 규제개선 과제 발표

 

개인이 소유한 전기차 충전기를 공유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고, 주유소에서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가능해진다. 또 자율주행 로봇의 공원 내 출입·주행이 허용되고, 택배용 화물차의 최대적재량도 현재보다 1t 늘어난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2차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포함한 36개 규제개선 과제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함께 플라스틱 열분해, 전기차 사용후배터리 산업 등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도 마련했다.

 

추 부총리는 “총 36개 규제개선을 통해 총 8000억원의 기업투자가 현장에서 신속하고 원활하게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을 통해 관련 산업 분야에서 약 1조원 규모의 기업투자가 기대되는 등 총 1조8000억원 규모의 기업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미래차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우선 개인 소유 전기차 충전기 공유 서비스가 허용된다. 그간 전기차 충전사업자로 등록한 경우에만 전기차 충전사업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개인이 자신의 전기차 충전기를 공유플랫폼 사업자에게 위탁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주유소 내 이격거리 관련 규제도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가능해지도록 개선된다. 현재 주유소에는 주유설비, 세차장 등 부대업무시설 외 다른 건축물 설치가 불가능하고, 전기차 충전기는 주유기로부터 1m 이상 떨어져야 하는 규제가 적용돼 왔다. 정부는 주유소의 배치 구도와 안전조치 상황에 맞춰 전기차 충전설비 위치를 선정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또 주유소 내 연료전지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전기차 충전소에서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통해 생산한 전기의 충전·판매도 허용키로 했다. 수소차 셀프충전소도 허용된다. 수소차의 빠른 보급에도 충전소 구축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운송 분야에서는 택배용 화물차의 최대적재량이 현재 1.5t에서 2.5t까지 확대된다. 택배 물동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택배용 화물차는 1.5t 미만만 허가 증가가 가능해 배송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아울러 시외버스로 운송 가능한 소화물 규격은 기존 4만㎤에서 6만㎤로, 총중량은 20㎏에서 30㎏으로 확대된다. 또 공원에서 청소하거나 무인 배달하는 자율주행 로봇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안전성 기준을 충족한 자율주행 로봇의 공원 내 출입 및 주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순환경제 유망분야인 플라스틱 및 배터리 시장 관련 규제도 정비하기로 했다. 순환경제란 제품을 폐기하지 않고 계속 재사용·재활용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플라스틱 열분해유가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제조 및 정유 공정 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또 전기차 사용후배터리를 순환자원 선인정 대상으로 고시해 각종 폐기물 규제도 면제해주고, 맞춤형 안전검사제도도 마련하기로 했다. 

 

추석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구 반여농산물도매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8월 먹거리 물가 1년 전보다 8.4%↑…2009년 4월 이후 최고치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1년 전보다 8.4% 올라 2009년 4월(8.5%) 이후 13년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먹거리 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지출 목적별로 분류했을 때 식료품·비주류음료와 음식서비스 부문을 각 지수와 가중치를 고려해 계산한 값이다. 2020년 가중치를 기준으로 집계했을 때 지난달 먹거리 물가 지수는 113.57, 지난해 8월은 104.80이었다.

 

부문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빵 및 곡물, 육류, 수산물, 과일 등)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8.0%로 지난해 2월(9.3%) 이후 최고치를 유지 중이다. 자장면·설렁탕 등 주로 외식 품목으로 구성된 음식서비스의 경우 1년 전보다 8.8% 올라 1992년 10월(8.9%)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먹거리 물가 상승은 서민들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식료품·비주류음료에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24만7960원, 외식 등 식사비에 지출한 금액은 14만4442원이었다. 월평균 가처분소득(93만9968원) 대비로 먹거리 관련 지출 비중이 41.7%에 달한다. 이는 전체 가구의 먹거리 지출 비중(19.0%)과 큰 차이를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가공식품과 함께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등도 줄줄이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농심은 오는 15일부터 서민의 대표적 먹거리인 라면의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인상한다. 스낵 주요 제품의 가격도 5.7% 올릴 예정이다. 서울시는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현재 3800원에서 내년에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10월 전기요금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도시가스 요금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