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5일 태풍 '힌남노' 대비태세를 실시간으로 챙기며 용산 대통령실에서 철야 비상대기 체제를 이어갔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이 청사에 머무르며 철야 대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산시대' 이전까지 청와대 집무실과 관저는 지근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역대급 강풍과 폭우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용산 청사에서 심야 브리핑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저녁 이후에 상황이 발생하면 서면 브리핑이 이뤄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지하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제주지사·경남지사·부산시장·울산시장·전남지사 등과의 통화를 통해 대응 태세를 점검했다.
소방청장·기상청장·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해 행정안전부·국방부 장관·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도 통화를 이어갔다.
이날 출근길에 청록색 민방위복을 입고 등장한 윤 대통령은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며 "상황이 상황인 만큼 힌남노 관련 질문만 좀 받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호원과 대변인,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도 모두 민방위복 차림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나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도 힌남노 대응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수면 관련 준비가 됐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바지가 달라졌던데, 단단히 준비하고 온 것 같다"고 답했다.
'야전침대나 간이침대에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거까진 제가 알아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집중호우를 반면교사 삼았느냐'는 질문에는 "긴급한 위험이 처했을 때 국민 곁에 서 있어야 하는 공직자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며 "지금은 길게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이 없을 정도로 태풍이 근접해있다"고 답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 입주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태풍이나 관저 시스템 점검 등을 이유로 9월 중순 안팎까지 입주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관저 입주 시기를 묻는 질문에 "저희에겐 관저보다 (태풍) 관측이 중요한 날"이라며 "저희의 총관심사는 힌남노 경로 피해 최소화에 쏠려있다"고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입주 시기를 묻자 "관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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