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좋아한 첼리스트와 첼로를 좋아한 기타리스트가 단짝이라면

문태국·박규희 ‘찰떡 호흡’

기타(소리)를 좋아하는 첼리스트와 첼로(소리)를 좋아하는 기타리스트가 단짝이 돼 들려주는 음악은 맛이 어떨까. 

 

오는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국내에선 보기 드문 첼로와 기타 연주 공연을 선보이는 첼리스트 문태국(오른쪽)과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가 6일 롯데콘서트홀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올해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상주 음악가)’인 첼리스트 문태국(28)이 ‘인 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 두 번째 무대를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37)와 함께 꾸민다. 두 사람 모두 전에 잠깐 첼로·기타 협연을 한 적 있지만 이번처럼 공연 전체 프로그램을 합주로 하는 건 처음이라고. 실제로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첼로와 기타의 조합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즐거운 긴장감’을 갖고 공연을 준비 중이라는 두 사람을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났다. 오는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 문태국은 박규희,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함께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 2악장’, 피아졸라의 ‘르그랑 탱고’, ‘탱고의 역사’ 등을 연주한다.

 

인터뷰 내내 두 사람의 찰떡 호흡이 묻어났다.  

 

문태국은 “평소에 기타 소리를 워낙 좋아하는데 첼로와 함께 연주하는 조합은 자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이번 공연이 굉장히 기대된다”며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좋은 연주자라고 생각한 박규희에게 함께 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박규희는 “평소 좋아하는 음악가인 태국씨에게 제안을 받아 영광이었다”며 웃었다. 

 

박규희가 6일 기자간담회 도중 기타 주법 시범을 보이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4살 때 첼로를 시작해 10살에 2004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힌 문태국은 미국 줄리아드 예비학교와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공부했다. 2014년 파블로 카잘스 첼로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 우승,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첼로 부문 4위,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 진출 등으로 국내외 무대에 보폭을 넓히고 있는 문태국은 지난 3월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에 선정됐다.

 

문태국은 “인하우스 제도는 아티스트가 원하는 방향을 최대한 같이 도와주는 제도라 평소에 하고 싶어도 망설여졌던 새로운 도전을 이번 기회에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피아졸라의 곡 같은 스페인, 남미 풍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한 그는 “아주 맛있는 음식을 알게 되면 주변에 추천하게 되듯, 제가 혼자 듣기 아깝고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다”며 “관객에게 맛집을 소개해준다는 기분으로 기획한 공연”이라고 했다. 

문태국이 6일 기자간담회 도중 첼로 주법 시범을 보이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3살 때 처음 기타를 잡은 박규희도 쟁쟁한 클래식 기타리스트다. 전문 연주자로 데뷔한 지 12년 된 그는 벨기에 프렝탕 국제콩쿠르(2008), 알람브라 국제기타콩쿠르(2012) 등에서 우승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국내에서는 한국인 기타리스트로 처음 LG아트센터에서 독주회를 여는 등 클래식 기타계의 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박규희는 “첼로는 소위 정통 클래식을 주로 연주하는 반면 기타는 서민적인 악기고 남미나 라틴 문화 국가에서 발전했다”며 “(첼로와 기타 조합은) 귀족 음악가들 사이에서 태어난 정통 클래식 악기와 서민들의 마을에서 태어난 악기의 조합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의 기타 연주가 첼로를 좀 더 서민적으로 끌고 들어오는 역할을 해서 태국 씨가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음색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악기를 다룬 두 사람 모두 첼로와 기타가 몸의 일부처럼 삶 속에 큰 의미를 차지한다면서도 넘을 수 없는 산과 같아서 아무리 노력해도 정복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계속 그 산을 오르며 어떤 음악가로 기억되고 싶은지가 궁금했다. 

 

“사람들이 계속 듣고 싶은 (음악을 하는) 연주자였으면 좋겠어요. 힐링(치유)이 필요할 때 박규희 음악을 찾는 거죠. 마치 수혈하는 것처럼. 그렇게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박규희)

 

“제 연주를 들은 분들이 ‘아 문태국이 연주하는 거네’라고 저를 알아봐주기보다 제 연주를 들으면서 작곡가 의도와 곡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최상의 음악 매개체’가 되고 싶어요.”(문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