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이민자, ‘그들’ 아닌 ‘우리의 이웃’

5000년 유구한 역사 속에 이민·다문화라는 화두는 대한민국을 새로운 실험대에 올려놓았다. 국내 체류 외국인 220만명 시대를 맞아 다민족·다문화사회로의 이행이라는 큰 변화의 물결 속에 통합이민법 제정, 이민청 설립 등 굵직한 이슈들로 시끄럽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존의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 단일민족의식, 가부장적 전통의 굴레를 과감히 탈피하고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인가.

1980년대 후반 이주노동자, 1990년대 초반 결혼이민자, 2000년 이후로는 유학생과 동포들이 대거 유입되며 정부의 이민 정책도 거듭 변화를 꾀해 왔지만 늘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안타깝다. 2006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다인종·다문화사회로의 진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외국인·이민 정책들을 통합하고 조정하기 위한 총괄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15년 넘게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민자에 대한 선입견으로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편견, 차별과 혐오로 뒤범벅이 된 채 늘 같은 시간대에 머물고 있다.

서광석 인하대 교수·이민다문화정책학

토론토대학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창조계급’이란 책에서 창조적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창조도시’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3T, 즉 ‘인재’(Talent)가 모이고 ‘신기술’(Technology)이 있으며 ‘관용’(Tolerance)이 허용되는 것을 창조도시 조건으로 들었다. 거리문화가 장려되고 틀에 박히지 않은 유연한 분석가들이 모여 새로운 세계문화 질서를 재확립해 나가는 창조도시는 쇠락해 가는 도시에 대항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러 나라가 앞다퉈 다양성의 가치를 내세우며 포용적 이민 정책을 펴는 지금, 우리도 이민자를 ‘그들’이 아닌 ‘우리 이웃’으로 품어내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다. 그들은 국민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고 수요에 따른 공급이다. 선(先)주민과 비교해 범죄율이 높지 않으며 세금을 덜 내는 것도 아닌데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이 시점에 국내에서 기획되고 시행되는 각종 다문화정책은 국내 이주민은 물론 재외동포들에게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외국인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면 반대급부로 재외동포 700만명은 모두 귀국해야 할 것이다.

행정안전부에 의하면, 외국인 주민 수는 2006년 최초 조사 때의 54만명에서 지난해 220만명으로 늘어 총인구 대비 4.3%에 달하고 충남 인구과 비슷해졌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외국인 밀집 지역(1만명 이상 또는 인구 대비 5% 이상)은 70여개에 달하고 이민자와 선주민이 늘 만나고 소통하며 관계하는 가운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우리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구태의연한 틀에 얽매여 다른 민족, 다른 국적을 가진 자는 이방인으로 취급하며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나와 다른 것들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를 맞아 외모와 생각이 달라도 더불어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관용이 허용되는 아름다운 상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민족’과 ‘국가’의 개념을 초월하여 ‘단일민족의식’의 틀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세계시민의식’을 새롭게 형성하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다름을 어울림으로 승화시켜 함께 사는 세상, 아름다운 다문화사회가 형성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