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도 무너뜨린 태풍 ‘힌남노’…석굴암·불국사 등 32곳 훼손

가장 피해 많은 경북 경주서 기림사 대적광전, 원성왕릉 등 경내 파손
경남 김해 수로왕비릉, 분산성 등도 피해
경내 소나무가 부러진 경북 경주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 문화재청 제공

 

국내를 강타하며 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낸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문화재에도 큰 피해를 줬다.

 

지난 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힌남노에 의한 국내 문화재 피해사례 32건이 당국에 접수됐다.

 

유형별 피해 건수는 사적 24건, 보물 3건, 국가민속문화재 2건, 국보·천연기념물·등록문화재 각 1건이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 8건, 경기 4건, 서울·제주 2건씩이었다.

 

이중 경주의 경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석굴암이 비바람에 의해 경내 진입로와 종무소 마당 일부가 파손됐고 화장실이 완파됐다. 불국사 역시 극락전 기와 일부가 떨어지고 인근 수목이 훼손됐다.

석굴암 경내 화장실이 완파된 모습. 문화재청 제공

 

보물 제833호로 지정된 경주 기림사 대적광전에서는 석축과 도로 일부가 유실됐으며, 보물 제63호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은 인근 소나무 1그루가 넘어졌다.

 

사적 제154호이자 조선시대 성리학 교육시설 ‘한국의 서원’의 하나인 옥산서원에서도 옥산천 징검다리 일부가 이탈·유실됐다.

 

사적 제26호 원성왕릉은 릉을 받치는 갑석(甲石·돌 위에 포개어 얹는 넓적한 돌)과 축대 일부분이 파손됐고 부지 내 소나무가 넘어졌다. 흥덕왕릉(사적 제30호)과 지마왕릉(사적 제221호)에서도 소나무가 쓰러졌다.

갑석이 훼손되고 소나무가 쓰러진 원성왕릉의 모습. 문화재청 제공

 

이 밖에도 사적 제457호 춘양교지와 월정교지의 목재 계단 일부가 파손됐으며, 황룡사지(사적 제6호)에서도 마사토 토양이 유실됐다.

 

경남 김해에서는 사적 제73호 수로왕릉 내 버드나무 1그루가 쓰러졌고, 사적 제74호 수로왕비릉에서는 고직사 지붕 내림마루 기와가 파손됐다.  

 

사적 제66호 분산성 역시 약 10m의 탐방로 구간이 함몰됐다.

 

강경환 문화재청 차장은 이날 태풍의 피해가 컸던 경주를 직접 찾아 태풍으로 인한 문화재 피해를 확인하고 조치 사항을 점검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부러진 나무 등 경미한 사항은 현장 복구에 착수한 상태”라며 “피해 유적지로부터 응급 복구와 추가 훼손 방지를 위한 긴급보수 사업 신청을 받는 중이다”라고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