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부자마을’ 진주 승산마을 가서 부자 기운 받아볼까

남해고속도로 지수나들목을 빠져나와 우회전하면 온 동네가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기와집 수십 채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고즈넉한 한옥마을이 나온다.

 

바로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이다. 5㎢ 면적에 130여 가구, 240여명의 주민이 사는 외관상으로는 여느 조용한 시골마을과 다를 바 없다.

경남 진주 승산마을 전경. 경남공감 제공

하지만 이 마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아하~’하고 무릎을 탁하고 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경제를 이끌었던 대표 기업가들을 다수 배출한 일명 ‘부자마을’이기 때문이다.

 

많을 때는 300여 채에 달하던 한옥이 6·25전쟁을 겪으면서 지금은 그 수가 절반도 채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일부 후손들이 살고 있지만 대부분은 거주하지 않고 관리만 하고 있다.

 

마을을 둘러싼 담장은 길이만 5㎞에 달한다. 천천히 경치를 감상하며 둘러보면 한 바퀴 도는데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부자의 기가 흐르는 부자마을 진주 승산마을

 

승산마을은 600년 전부터 김해 허씨 집성촌이었다. 300년 전부터는 능성 구씨 집성촌도 자리를 잡아 두 가문이 예로부터 겹사돈을 맺는 일이 많았다.

 

조선시대에는 두 가문의 명성이 자자했는데 천석꾼 이상만 16가구로, 그들의 재산이 5만석에 달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양에서는 승산마을의 부자 집안과 혼인하기를 원했고, ‘진주는 몰라도 승산은 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고 한다.

경남 진주 지수초등학교에 심은 일명 부자소나무. 경남공감 제공

구한말 승산마을의 만석꾼 중 한 명인 허만정은 해방 직후인 1947년 이웃에 사는 연암 구인회가 락희화학공업사를 창립할 때 거액을 투자해 오늘날 LG그룹의 주춧돌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만정의 손자가 허창수 GS 회장이다. 쿠쿠전자 구자신 회장 생가 옆집이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생가다.

 

승산마을을 걷다보면 LIG 창업주 구자원 본가, GS 창업주 허준구와 그의 아들 허창수 GS 회장 생가도 구경할 수 있다.

 

승산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부자들의 기운을 받기 위해 기업가들 생가 문고리를 만지다 보니 지금은 많이 닳아졌다.

 

인근 공원 효주원의 ‘기바위’에서 한참을 앉아서 기를 받고 난 뒤 실제 사업이 잘 풀렸다는 후문도 전해지고 있다.

 

마을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는 한 초등학교가 있다.

 

1921년 개교한 지수초등학교는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있는데 이 학교를 다녔던 인물들이 그 주인공이다.

 

지금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인 구인회 LG 그룹 창업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가 이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이 세 사람이 함께 교정에 소나무를 심었는데 지금은 ‘부자 소나무’로 세간에 알려져 유명세를 타고 있다.

 

100살이 넘은 이 소나무가 부러지거나 아프면 그룹 차원에서 소나무 전문가를 현지에 보내 치료하고 있다.

경남 진주 승산마을에 있는 한옥 체험 숙박시설 ‘승산에부자한옥’. 경남공감 제공

◆지수관광 테마 마을 조성사업 착착 진행 중

 

진주시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협업으로 옛 지수초등학교(현 지수초등학교는 인근 송정초등학교와 통합됨)를 리모델링해 K-기업가정신센터, 전문 도서관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도 문화재 보수, 기업가정신 문화탐방로 조성 등 승산마을을 지수관광 테마 마을로 조성하는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국립역사관 건립, 기업가 생가 개방, 의령·함안과 연계한 K-기업가정신 관광벨트를 구축해 지수면을 2022년 말까지 세계적 기업가정신 마을로 조성할 예정이다.

 

한국경영학회는 2018년 7월 진주시를 대한민국 기업가 정신의 수도로 선포한 바 있다.

 

조성사업의 하나로, 승산마을 내 숙박 시설도 최근 개소했다.

 

지수남명진취가(게스트하우스)는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20인을 수용할 수 있고, 2인실, 4인실, 6인실 등 6개 방을 갖췄다.

 

기존 한옥을 매입한 뒤 보수해 증축한 ‘승산에부자한옥(한옥숙박시설)’은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예약은 진주시청 통합예약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이번 추석 남은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진주 승산 부자마을을 찾아 부자 기운을 받아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