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산 천연가스 가격상한제 도입 난항

난방 수요 많은 겨울 앞둔 EU 사분오열
에너지 요금 지원 등 자체 준비 나서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 논의가 난항에 빠졌다.

 

로이터, AP 통신과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EU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 긴급 에너지 장관회의를 열어 러시아산 가스 가격상한제 도입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의 긴급 에너지 장관회의에 앞서 참석자들이 하루 전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산 가스 가격상한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7일 서방이 추진하는 러시아산 유가상한제 참여국을 향해 가스도 석유도 없다고 경고하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맞불을 놓기 위해 전격적으로 제시한 방안이다.

 

원유 가격상한제처럼 러시아산 가스에 상한액을 설정해 러시아로 흘러들어 가는 자금을 줄이고, 에너지난으로 치솟은 전기료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 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러시아는 가스 가격을 조정하거나 공급을 제한해 방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며 가스 가격상한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겨울을 앞둔 EU 각국이 사분오열했다. 지금도 러시아로부터 많은 가스를 수입하는 헝가리,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는 가스 가격상한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내놓은 러시아산 가스 가격상한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국가는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로 구성된 발트 3국이다.

 

각국은 난방 수요 등이 많은 겨울을 대비한 자체 준비에 들어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국은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한 데 대한 대응 조치로 가계와 기업에 에너지 요금을 지원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10월부터 영국의 일반 가정에서 향후 2년간 에너지 비용으로 매달 2500파운드를 감해주고, 기업, 자선단체 및 공공부문의 에너지 비용을 향후 6개월 또는 그 이상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CNN은 영국의 이 계획에 1500억 파운드의 비용이 들 수 있다는 분석가들의 말을 9일 전했다.

독일도 가정과 기업의 에너지 비용 절감을 돕기 위해 650억유로 규모의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오스트리아는 1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전기요금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 계획에 최대 40억유로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