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폐지를 둘러싸고 서대문구청과 연세대 학생들 사이의 첨예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서대문구 측은 신촌 상권 활성화를 위해 다음 달 중으로 연세로의 일반 통행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학생들은 차량 통행 허용 시 인근 축제와 문화공연이 위축돼 거리의 정체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14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이성헌 서대문구청장과 만나 연세로 차량 통행 환원 사업에 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 측은 △하반기 시행 계획 철회 △관련 다자협의체 구성 등 두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이 구청장은 “차량 통행 환원 사업은 하루빨리 진행돼야 하는 시급한 사안”이라며 “일단 사업을 시행한 뒤에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측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간담회는 소득 없이 끝났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연세로가 위치한 신촌동의 경우 최근 상업 점포의 5년 생존율이 32.3%로 서대문구 14개 동 가운데 가장 낮았다. 지난해 서울 전체에서 개업한 점포가 폐업한 점포보다 2467개 많았던 것과 정반대로, 신촌동에서는 폐업한 점포(413개)가 개업한 점포(322개)보다 91개 많았다. 지난달 서대문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상인 258명 가운데 67.1%가 연세로 차량 통행에 찬성했다.
연세대 학생들은 “신촌 지역 상권의 침체가 ‘차 없는 거리’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함형진 연세대 총학생회 비대위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차 없는 거리’ 정책이 시행된 2013년쯤 연세대가 송도에 국제캠퍼스를 만들면서 3000∼4000명의 학생이 송도로 옮겨갔다”며 “성수동이나 연남동 등 인근 다른 상권으로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유출 효과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차 없는 거리’가 폐지될 경우 연세로를 경유하는 차량 때문에 극심한 교통 체증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차도와 인도 사이의 높이 차이가 없는 연세로 특성상 보행자 안전 문제 또한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함 위원장은 “8년 동안 시행된 정책을 2∼3개월 만에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대문구에 차량 통행 환원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서울시 등 다른 유관 기관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