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車값 평생 할인’ 혜택 줄였다고 단협안 걷어찬 기아 노조

기아 노조가 최근 실시된 조합원 투표에서 올해 단체협약안을 부결시켰다. 퇴직자 차량 구매 할인 제도 조정안이 발목을 잡았다. 기아는 25년 이상 근무한 사원에게 ‘평생 사원증’을 지급하는데, 이들에게는 평생 2년에 한 번 자사 차량을 사면 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번 임단협에서 사측과 노조집행부는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만 75세까지로 제한하고, 할인율도 2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할인 주기도 3년으로 연장키로 했다. 그러나 합의안은 노조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50대 이상 고참 직원들의 반발이 컸다고 한다.

기아 노사는 지난달 말 임금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기본급 월 9만8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생산·판매 목표 달성 격려금 100%, 품질브랜드 향상 특별 격려금 150만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본급을 제외하고도 200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인상안이었다. 그런데도 자동차 가격 평생 할인 혜택이 줄었다고 단협안을 걷어차다니 어이가 없다.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이기주의가 해도 너무 한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퇴직자 차량 할인 문제로 성과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면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아 노조는 다른 완성차 업체와 달리 임금안과 단협안을 분리해 투표하는데 둘 중 하나라도 부결되면 재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퇴직자에게 평생 신차를 할인해 판매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중론이다.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기아처럼 퇴직자에게 혜택을 주는 건 지나치다는 것이다. 더욱이 자동차 가격을 30%나 깎아주면 회사로선 사실상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한다. 퇴직자에게 제공한 혜택은 결국 자동차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만큼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복합 경제 위기로 신음하는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몰염치한 행태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중심으로 급변하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 세계 업체들의 사활을 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일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런 때에 기아 노조는 철밥통 사수에만 매달린다. 급변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눈앞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집착한다면 기업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