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가 경선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한때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던 주호영 의원 ‘추대론’이 일기도 했지만, 15일 후보군에 거론돼 온 이들이 속속 출마 의지를 드러내면서다. 차기 원내사령탑 선출 공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에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반영될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통에 후보들이 ‘눈치 게임’ 벌이듯 출마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정진석 비대위’를 겨냥해 제기한 가처분 사건 결론이 난 이후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재선)은 이날 국회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그 인물, 다시 그 구도를 확실하게 벗어버리고 계파를 파괴하고, 선수를 파괴하고, 지역구도를 타파해 새로운 모습으로 당을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이 큰 위기를 맞이한 현 상황에서도 원내대표 돌려막기, 추대론 등 과거 회귀적 발언들만 나오고 있다”며 자신의 ‘참신성’을 호소했다.
이 의원은 주 의원 추대론을 두고 “대한민국 역사를 뒤집어보면 6·25 전쟁 중에도 선거를 치렀다”며 “비상 상황이어서 추대를 하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출마를 저울질 중인 이들도 있다. 박대출 의원(3선)은 KBS 라디오에서 “사실은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추대론이 당의 총의를 모을 수 있는 단계로 갈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 부분에 따라서 결정하고 처신하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해진 의원(〃)은 국회에서 취재진에 조만간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4선의 김학용·홍문표 의원과 3선의 김태호·윤영석·윤재옥·이종배 의원 등도 출마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후보로 거론돼 온 윤상현 의원(4선)은 선출 연기론을 내세우면서 사실상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 이후에 (선출)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어 “또다시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새 원내대표는 전당대회까지 당대표 직무대행을 해야 한다”며 “원내대책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분열된 당을 하나로 묶고 안정적으로 이끌 리더십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종 심문은 2주 후인 28일인데, 일단 가처분 쳇바퀴부터 벗어난 뒤 정치를 통해 이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 의원은 세계일보 통화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미 사퇴하기로 했는데, 19일에 하나 28일에 하나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며 당 혼란을 권 원내대표가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윤 의원 주장에 일부 중진이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 의원 추대 방안을 모색했던 초·재선 그룹과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의원은 “윤심을 강조하는 의원들이 무리수를 두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