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를 예고하는 불길한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의 2분기 재고지수 증가율이 전년 대비 18%까지 치솟고, 수출 회복세 지연으로 8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우려되는 등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상승과 그에 따른 금리 인상으로 2분기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소비마저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복합위기의 그늘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기업 활동으로 본 최근 경기 상황 평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산업활동동향의 제조업 재고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기별 수치 기준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22%)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대한상의는 “재고는 경기 변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최근 재고 증가 흐름은 작년 2분기를 저점으로 4개 분기 연속 상승하는 이례적인 모습”이라고 밝혔다. 최근 기업재고 증가가 대외변수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본격적인 경기침체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제조업의 판매 부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감안해 기업들이 공급을 늘린 영향도 있지만 글로벌 경기 위축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중국의 봉쇄 조치 등으로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경기 둔화 우려는 지난 6월부터 넉 달째다. 또 수출 회복세 제약(약화)에 대한 경계감 역시 지난 5월부터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정부는 8월 경상수지 역시 무역적자 확대 등을 감안, 7월(10억9000만달러)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전기 대비 2.9% 증가하며 2분기 성장을 뒷받침했던 민간 소비마저 불안하다는 점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10월쯤에는 소비자물가가 정점을 찍지 않을까”라고 밝혔지만, 정점이 지난 후에도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상당 기간 높은 물가상승률이 예상된다.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 등은 소비 여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7원 내린 1388원에 마감됐다. 환율은 오전엔 5.3원 오른 1399원에 출발하며 한때 2009년 이래 13년 만에 ‘1달러=1400원’이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지만, 장 마감을 앞두고 매도 물량이 들어오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코스피는 4거래일 만에 2400선이 무너지면서 전 거래일 대비 19.05포인트(0.79%) 내린 2382.78에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