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손배소 패소’ 일본 정부, 재산목록 제출 끝내 무대응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일본 정부에 한국 내 보유 재산 목록을 제출하라는 법원 명령이 결국 무산됐다. 일본 정부가 무대응을 고수하면서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51단독 남성우 판사는 전날 일본 정부로부터 압류 가능한 재산을 확인하기 위한 재산명시 사건에 대해 ‘주소 불명’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유족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배소에서 최종 승소함에 따라 일본 정부로부터 배상금을 압류하는 절차다.

 

해당 재판부는 지난해 6월 일본 정부의 재산명시를 결정했다. 재산명시 결정이란 법원이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판결에 근거한 배상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는 채무자에게 강제집행 대상이 되는 재산 목록을 제출하게 하고 목록의 진실함을 선서하게 하는 절차다. 재판부는 지난 3월21일 재산명시 기일을 진행하려 했으나 일본 정부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관련 서류도 송달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명시 절차는 일반 재판과 달리 ‘공시송달(재판 서류 등을 전달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 법원 게시판 등에 이를 공개함으로써 송달한 것으로 간주)’로 진행할 수 없다. 재판부는 결국 송달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각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해자 측이 일본 정부가 국내에 보유한 재산을 조회해달라고 신청해 받아들여질 경우 압류 절차가 계속 진행된다. 재산조회는 당사자가 재산 목록 제출에 응하지 않거나 송달을 안 받는 경우, 법원이 공공기관·금융기관 등을 통해 재산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다. 

 

일본 정부는 한 주권국가는 외국에서 열리는 재판 관할권에서 면제된다는 ‘국가면제'(주권면제)론’을 내세워 국내 법원의 배상 판결을 이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