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준석 말대로?… 與윤리위 ‘제명 시나리오’ 수순 관측 [뉴스+]

尹 대통령 순방 중 국힘 윤리위 ‘기습소집’…당 안팎서 “李 제명 수순”
윤리위 “추가징계 절차 개시” 28일 결론…李, 제명시 가처분 맞불 예고
홍준표 “그토록 자중하라 했건만…세상이 본인 중심으로만 돌지 않아”
정진석 “중징계 중 해당 행위 경고해야”·유상범 “성상납 기소되면 제명”
이준석 “윤리위원·비대위원장이 징계 상의·지시”…鄭 “한달 전 문자”

“어떻게든 빌미를 만들어서 ‘제명 시나리오’를 가동할 것 같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연합뉴스

자신의 운명을 ‘비극적 결말’로 예견했던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발언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 또 순방하신다고 하는데 그사이에 뭔가를 꾸미고 있지 않을까”라면서도 “제명은 진짜 정치파동을 넘어 제가 역사책에 이름 나올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해외 순방을 떠난 날 밤,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가 ‘기습소집’을 통해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징계 절차를 개시하면서 사실상 그가 주장한 ‘제명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벼랑 끝으로 치닫는 국민의힘과 이준석

 

법원이 이 전 대표에게 ‘판정승’을 내리고, 이에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리위는 18일 당초 예정보다 열흘이나 앞당겨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당 소속 의원, 당 기구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이 모욕적, 비난적 표현을 사용하고, 법 위반 혐의 의혹 등으로 당의 통합을 저해하고 당의 위신을 훼손하는 등 당에 유해한 행위를 했다”며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표현이 문제가 된 거냐’라는 질문에는 “그건 언론에서도 많이들 쓰셨죠”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삼갔다. ‘개고기, 신군부 등의 단어가 문제가 된 게 맞나’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그렇게 규정해서 우리가 말 안 하겠다”고 답했다. 또 ‘수해 봉사현장 실언’으로 징계 절차가 개시된 김성원 의원에 관한 안건 등 이외의 안건들에 대해서는 “보류하고 추후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앞서 언론 보도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날 윤리위 전체회의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징계 절차가 개시된 만큼, 이제 남은 수순은 ‘제명’이라는 게 당 안팎의 반응이다. 이 전 대표가 지난 7월8일 ‘당원권 6개월 정지’ 처분을 받은 가운데, 당헌·당규에 추가징계를 할 경우 이보다 더 높은 수위의 징계를 내리게 돼 있어 ‘탈당 권유’또는 ‘제명’ 처분만 남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진석 비대위원장에 대한 가처분 심리를 오는 28일로 앞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제명될 경우 ‘사고’가 아닌 ‘궐위’가 되는 만큼 가처분 신청 자격을 잃으면서 가처분이 기각될 것이라는 법리적 셈법이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내에서는 지도부 정상화를 위해 ‘이준석 뇌관’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도부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관계자) 주류 사이에 공유된 인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전 대표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 일각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도리어 불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새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제명 결정이 나올 경우, 그에 대해서도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국회에서 유상범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에 대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표현의 자유” vs “징계의 자유”

 

이 전 대표는 연일 가처분 신청 등 강경 대응을 거론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는 19일 페이스북에 “가처분은 불합리한 여러 가지 일에 대한 방어적 행위다. 누군가가 미사일을 쏘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나 패트리엇으로 요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가처분으로 선제공격할 방법은 없다”면서 “공격용 미사일을 쏘지 않으면 요격미사일은 날릴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 측은 ‘표현의 자유’를 들어 자신을 변호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 측 소송대리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 “1979년 김영삼 민주당 총재가 미 뉴욕타임스지와 한 인터뷰를 문제 삼아 국회의원직을 제명하자 부마사태, 10·26 사태가 발발했음을 상기해야 한다”며 당 윤리위의 징계 개시 결정을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 중인 가처분 신청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법 방해 행위’이자 가처분 사건에서 잇따라 패한 데 대한 ‘재판 보복 행위’로 규정했다. 이어 “‘개고기, 양두구육’과 같은 은유적 표현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로서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면서 해당 징계 처분에 대한 법원 가처분, 유엔 제소 등 모든 법적 수단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이양희 윤리위원장을 겨냥해 “유엔인권규범 제19조를 유엔에서 인권 관련 활동을 평생 해오신 위원장에게 바친다”고 쓰기도 했다. 이 전 대표가 공유한 유엔 인권규범 제19조에는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다. 이 권리는 간섭 없이 의견을 수렴하고 어떤 매체와 국면에 관계없이 정보와 아이디어를 찾고, 수신하고, 발휘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홍준표 대구시장. 뉴스1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런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정치판에는 표현의 자유도 있지만, 징계의 자유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표현의 자유도 그 내재적 한계를 넘어서면 해당 행위를 이유로 징계, 제명된 전례도 있고 그 제명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인정한 법원의 판례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토록 자중하라고 했건만 사태를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 점에 많은 유감을 표한다”며 “세상은 언제나 본인 중심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찍힌 국힘 내부 ‘메시지’…‘이준석 제명’ 문자 논란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를 놓고 당 윤리위원인 유상범 의원과 나눈 문자 메시지가 19일 언론에 포착되면서 ‘제명 시나리오’ 주장은 더 힘을 받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국회 의원총회에서 사진기자 등에 의해 촬영·보도된 정 위원장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정 위원장이 유 의원에게 “중징계 중 해당 행위 경고해야지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유 의원이 “성 상납 부분 기소가 되면 함께 올려 제명해야죠”라고 답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표 측은 비대위원장과 윤리위원이 자신에 대한 징계를 상의한다며 반발했지만, 정 위원장은 자신이 비대위원장이 되기 전에 주고받은 문자라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윤리위원과 비대위원장이 경찰 수사 결과를 예측하며 징계를 상의하고 지시를 내리는군요”라며 “무리한 짓을 많이 하니까 이렇게 자꾸 사진에 찍히는 겁니다. 한 100번 잘못하면 한 번 정도 찍힐 텐데”라고 꼬집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유상범 의원과 문자를 주고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그러나 정 위원장은 언론 보도 이후 페이스북에 “휴대폰에 뜬 제 문자는 지난달 8월13일에 제가 유상범 의원에게 보낸 문자”라며 “8월13일 저는 비대위원장이 아니었고 평의원이었다”고 적었다. 지난달 13일은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양두구육 등 발언을 한날이다.

 

정 위원장은 “그 기자회견을 보고 하도 기가 막혀서 우리 당 윤리위원인 유상범 의원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맞은 전직 당 대표가 근신하기는커녕 당과 당원 동지를 향해 이런 무차별 막말과 폭언을 하는 건 경고해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이 (전) 대표는 어떻게든 비대위와 윤리위를 엮고 싶은 모양이지만, 저는 윤리위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정 위원장의 해명에도 유 의원은 이날 ‘이준석 제명’ 문자 논란이 일어난 지 약 5시간 만에 윤리위원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본의 아니게 심려 끼쳐 드린 점 거듭 사과드린다”며 “저의 이번 불찰로 인해 당 윤리위원회의 공정성, 객관성이 조금이라도 의심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