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전엔 역시 ‘전주한지’… 경복궁 창호도 새 단장

한국 전통미를 엿볼 수 있는 조선왕조의 정궁 경복궁이 전주한지로 새롭게 단장했다. 전주한지는 섬유질이 매우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닥피를 원료로 사용해 천년이 지나도 훼손되지 않을 정도로 보존성이 뛰어나다. 그만큼 과거 조선시대에는 외교문서와 교지, 과거지로 사용하기 위한 왕실 진상품으로 각광받았고, 현대에는 문화재 보존·복원용으로 국내외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

 

우범기(왼쪽 두 번째) 전주시장이 20일 경복궁 흥복전에서 창호 보수 행사에 참여해 전주 전통한지를 바르고 있다. 전주시 제공

전주시는 20일 경복궁 흥복전에서 문화재청, 신협중앙회와 함께 경복궁 창호 보수에 전주 전통한지를 바르는 행사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낡은 창호를 뜯어내고 전주한지에 풀칠해 문틀에 바르는 일련의 과정을 진행했다.

 

이는 앞서 전주시가 2020년 문화재청, 신협중앙회와 함께 체결한 전통 한지와 무형문화재 전승 활동 지원을 위한 ‘문화유산 보전 및 활용을 위한 상호 업무협약’에 따른 것이다. 시가 전통한지 원료인 닥나무 6000㎏으로 전주한지장이 직접 뜬 창호지 6600장을 지원하고, 신협중앙회는 1억원 상당의 전주한지를 구매해 4대 궁궐과 종묘의 창호 보수 작업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문화재청은 신협중앙회를 문화재 지킴이 협약기관으로 위촉해 창호 보수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탠다.

 

전주산 닥나무로 제작한 전통한지는 내년 3월까지 조선시대 4대 궁궐인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과 종묘의 창호 보수 사업에도 쓰일 예정이다.

 

전주시는 전주한지가 문화재 보존 사업에 널리 활용되면 우수성을 드높이고 판로 확대와 전주한지장들의 자긍심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전주한지는 2017년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된 문화재 ‘바이에른 막시밀리앙 2세 책상’ 복원과 가톨릭 심장부인 로바 바티칸교황청 소장 기록물 복본에 전주한지를 각각 사용했다. 이듬해는 단 한 권뿐인 원불교 초기경전에 이를 활용했고, 2020년에는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지류 전문기관인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RCPAL)로부터 문화재 보존·복원용으로 적합하다는 유효성 인증서를 획득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복원 전문 종이로 국제 인증을 받는 등 국내외에서 가치를 입증한 전주 전통한지가 문화재 보호에 기여하게 돼 매우 뜻깊다”며 “전주한지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쓰임새를 더욱 넓혀 산업화와 세계화를 이루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