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태양과 바람의 나라다. 1년에 300일 이상 쨍쨍한 햇볕이 내리쬐고 바람도 많이 분다. 그 덕에 스페인은 풍력 설비용량 세계 5위, 태양광 설비용량 6위의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했다. 풍력·태양광 발전 비중이 30%를 웃돈다. 그런데 지난해 유례없는 전력 대란에 시달리며 전기요금이 1년 전보다 5배나 폭등했다. 주요 에너지원인 천연가스 가격이 3배 이상 급등한 데다 기후변화로 해안 일대 바람이 잦아든 탓이다. 영국도 전기료가 402%나 급등했고 프랑스와 독일 등 다른 유럽연합(EU) 국가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전력은 올해 30조원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다음 달 ㎾h(킬로와트시)당 261원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가구당 부담은 4인 기준 8만원 이상 불어난다. 물론 가당치 않은 일이다. 이런 인상은 서비스와 공산품 전반에 파급돼 불난 물가에 기름을 붓는 격이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와 한전은 4분기 적자를 메울 수 있는 ㎾h당 50원 인상안을 만지작거린다. 3분기에 연간 최대 인상폭 ㎾h당 5원을 다 올렸는데 상한 규정을 바꾸는 꼼수까지 동원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