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이 본격화되자 수도권 집주인들이 오히려 매물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억대 가격 하락 사례가 이어지며 매도자들이 정한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시세가 내려가자 "이 가격에는 팔지 않겠다"며 매매 물건을 전·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3일 뉴스1과 부동산 빅데이터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과 경기, 인천의 아파트 매물은 20만8913건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인 21만7648건에 비해 8735건(-4.00%) 줄었다. 전국 시·도 중 서울이 -6.8%로 변동 폭이 가장 컸고 △인천(-3.4%) △세종(-3.3%) △경기(-2.8%)가 그 뒤를 이었다.
해당 기간 서울은 6만5261건에서 6만830건으로 4431건 줄었다. 경기는 12만4560건에서 12만1094건으로 3466건이, 인천은 2만7827건에서 2만6989건으로 838건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같은 기간 세종은 5396건에서 5219건으로 177건 축소됐다.
최근 3개월 간 물건 감소 폭이 컸던 수도권과 세종은 올해 들어 집값 하락이 두드러졌던 지역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올해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9월22일 기준)은 전국이 -1.32%, 수도권은 -1.94%(서울 -1.33%·경기-2.13%·인천 -2.62%)였다. 세종은 -7.51%로 전국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업계에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시세가 급락하자 매도를 고민하던 집주인들이 '이 값엔 팔 수 없다'며 물건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금 기산일도 지났고, 물건값이 자꾸 떨어지니 '몇 년 기다리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고 매매 물건을 거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3달간 인천에서 가장 매물이 많이 줄어든 곳은 연수구(-11.7%)다.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인천 연수구는 올해 누적 변동률이 -4.24%로 인천 내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 일례로 2020년 입주한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초 6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2월(12억4500만원)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서울에서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으로 묶인 노원구(-10.8%)와 강북구(-13.6%)의 매물 감소가 눈에 띄었다. 앞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사람) 쏠림으로 집값이 급등했지만, 올해는 서울에서 가장 가파른 하락 폭을 보이며 고점 대비 2억~3억원 낮은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매물이 11.8% 줄어든 경기 광명시도 올해 아파트값이 3.91% 내렸다.
세종은 지난 2020년 집값 상승률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7월부터 61주 연속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폭락을 거듭하며 그동안 상승분을 거의 뱉어낸 상황이다. 새롬동 새뜸마을13단지 전용 84㎡ 매물은 이달 7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대비 3억5000만원 떨어졌다. 이외에도 대부분 매물이 억대를 넘어 수억원 내린 값에 거래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과 주요 지역은 대기 수요가 그나마 있는 지역이고, 비교적 똘똘한 한 채라는 인식이 있다"며 "집주인들은 본인이 정한 가격 하한선보다 밀려나는 경우엔 가지고 있으며 추세를 지켜보겠다고 판단하거나 증여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거둔 매매 시장에서 거둔 매물을 임대차 시장에 내놓으며 전·월세 물건은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는 지난 3개월간 전·월세 매물이 5만230건에서 7만5235건으로 49.7% 늘었다. 전국 시·도 중 가장 증가율이 높다. 서울은 4만4229건에서 61613건으로 39.3%, 인천은 1만2474건에서 17167건으로 37.6%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