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환경’ 시대… 자원순환 스타트업 뜬다 [쓰레기에서 돈 찾아낸 스타트업들]

<상> 쓰레기는 돈

각양각색 폐기물 활용도 무궁무진… VC업계도 투자 관심

국내 폐기물 발생량 5년간 28%↑
처리업 시장규모 2025년 23조 성장

환경 스타트업 ‘오이스터에이블’
AIoT 기반 분리배출함·앱 제작
편의성·보상 제공 시민 참여 이끌어
데이터 수집·관리로 수익도 창출

소풍벤처스 등 국내 벤처캐피털
기후기술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
연내 100억대 펀드로 키울 방침
정부도 에코스타트업 창업 지원
친환경을 넘은 필(必)환경 시대에 쓰레기에서 미래를 찾는 이들이 있다. 쓰레기 재활용 사업 개척에 나선 국내 스타트업들이다. 국내외적으로 추진 중인 ‘탄소중립’ 흐름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열풍 아래 이들은 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자원 순환’을 강조한다. 동시에 쓰레기도 돈이 될 수 있다는 발상으로 소비자들을 ‘재활용 놀이’에 끌어들인다. 인류의 숙제인 쓰레기가 어떻게 돈이 되는지, 그 과정에서 기업과 시민 모두가 상생할 방법은 뭔지,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쓰레기 재활용 사업의 오늘과 내일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사무실에서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가 재활용 분리배출함 ‘오늘의 분리수거’와 다회용컵 반납기 ‘랄라루프’를 직접 시연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2019년 3월 미국 CNN에서 보도했던 경북 의성군의 ‘쓰레기 산’은 우리나라에 ‘세계 최대 수준 플라스틱 소비국의 단면’ 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폐기물 20만8000t이 15m 높이로 쌓여 만들어진 ‘흉물스러운 산’은 우리가 쓰레기를 얼마나 많이, 아무렇게나 버리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정부가 신속한 처리를 지시하면서 의성군 쓰레기 산은 20개월여 만에 사라졌지만 국내 쓰레기 발생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25일 환경부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폐기물 발생량은 28%가량 늘어났다.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산업구조가 점차 고도화되면서 전 세계 폐기물 배출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폐기물 배출량은 38억8000만t으로 전망된다. 지난해(22억4000만t) 대비 73%가량 더 많은 쓰레기가 쌓이는 것이다.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이 매일 쓰레기를 토해내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쓰레기 양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잘 버리고 잘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주목받고 있다. 폐기물 처리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이유다.

국내 폐기물 처리업 시장 규모는 2015년 13조5000억원에서 2025년에 이르면 23조7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잠재력이 크다. 특히 환경 스타트업들이 급부상 중이다. 이들은 버려진 것들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자원 순환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AIoT 자원 순환 플랫폼으로 탄소중립 실현

 

오이스터에이블은 시민들에게 동기 부여를 통해 자원의 분리배출과 재사용을 확산시키고 있는 기업이다. 오이스터에이블은 ‘사물지능융합기술’(AIoT)을 기반으로 분리배출함과 분리배출 애플리케이션(앱)인 ‘오늘의 분리수거’와 다회용 컵 반납기 ‘랄라루프’, 분리배출 인증 플랫폼 ‘HERO8’을 운영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원천 기술로 12건의 특허 등록 및 출원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오늘의 분리수거와 랄라루프의 공통점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과 참여했을 때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해당 솔루션은 쓰레기 분리배출과 자원 재활용을 위해서는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지만 동기 부여 및 보상 없이 참여만 강조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오늘의 분리수거 무인 배출함을 통해 PET(페트)와 캔, 우유팩 등을 분리 배출하면 배출 품목당 10포인트가 지급된다. 누적 포인트는 오이스터에이블의 ‘오분쇼핑’과 ‘내일마켓’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오늘의 분리수거는 지방자치단체 및 관련 단체와 협업을 통해 올해 6월 기준 전국 시·도에 500대가 설치돼 있다. 올해 연말까지 800대를 설치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도입된 랄라루프는 사용자가 다회용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환급받는 시스템이다. 일회용품 급증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이 늘어나면서 재사용이 대안으로 부상했지만, 재사용품의 회수, 세척, 운반, 보관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컸다. 랄라루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SK텔레콤과 기술 제휴를 통해 탑재한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AI)으로 다회용기를 인식해 수거한다. 대용량 자동 적재 장치로 수거된 다회용기를 보관하고, 디스펜서 교체만으로 회수 및 운반이 가능하다. 클라우드 관제 서버로 적재량, 회수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며, 보증금 내역을 관리할 수 있어 다양한 환급 채널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이스터에이블은 서울시와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다회용 컵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총 44만5000개의 다회용 컵이 이용됐고 컵 반납률은 80%에 달할 정도로 참여율이 높았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확대 운영을 추진 중이다.

 

자원 순환 플랫폼이 수익이 될까.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는 사업을 통해 축적되는 자원 순환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데이터 수집과 관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아울러 폐기물 회수 시스템을 스마트시티 인프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배 대표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린다는 것은 소비의 흔적이다. 내가 무엇을 소비했고, 언제 어디서 소비했다는 것들에 대한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도시 전체 자원 순환도 만들지만 이를 통해 만든 데이터 역시 사업의 중요한 수익”이라며 “버렸다는 것, 소비가 끝났다는 것은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기업들이 저희 자료를 활용해 유통과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VC업계 투자 관심 높아져… 정부도 지원 나서

 

시장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만큼 벤처캐피털(VC)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환경적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미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에서는 소풍벤처스가 대표적이다. 소풍벤처스는 2008년 설립된 국내 최초 소셜벤처 임팩트 액셀러레이터(창업 초기 기업에 자금과 컨설팅 제공하는 업체)다.

 

소풍벤처스는 지난 4월 환경·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인 ‘임팩트 피크닉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소풍벤처스는 이 펀드를 통해 에너지와 농식품, 순환경제 분야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거나 기후변화 적응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주로 국내 초기 기후 테크 창업 팀을 지원할 계획이다. 펀드는 68억원 규모로 1차 결성됐고, 연내 100억원대로 키울 방침이다. 임팩트 VC인 인비저닝파트너스도 올해 초 768억원 규모의 ‘클라이밋 솔루션 펀드’를 조성하고 국내외 기후 기술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정부도 녹색기술을 사업화하는 스타트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에코스타트업 지원사업’을 통해 올해 접수된 과제 636건 중 144건을 선정해 창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에코스타트업 지원사업은 우수한 녹색산업 아이디어 보유자의 창업 활동을 도와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촉진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원이 될 새싹기업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2020년 시작된 이래 지난해까지 총 234개의 과제에 172억원을 지원해 일자리 창출 356명, 특허출원 308건 등의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부터는 신청 시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고 실패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줘 우수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것을 방지하고, 녹색창업이 활성화되도록 신청 조건이 개선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하반기 서울 서대문구 신촌 지역을 중심으로 배달용 다회용기 시스템을 시범 도입하는 ‘도시재생연계리빙랩’ 사업을 시작한다. 오이스터에이블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사용자는 배달 음식 주문 시 다회용기를 선택하고, 사용한 다회용기를 거주지 인근 편의점 등 설치된 AIoT 다회용기 반납기에 반납하면 회수·세척해 재배포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