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경기 안산시 대부도 선감동 야산 언저리에 위치한 선감묘역. 낮은 산자락 곳곳에 야트막한 봉분 20여개가 흩어져 있었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조사단원 2명이 한 봉분에 다가가 잔디를 벗겨냈다. 민둥한 봉분을 반으로 가른 다음 절반만 삽으로 파냈다. 봉분 밑으로 검붉은 흙이 드러났다. 이들은 손호미로 조금씩 흙을 긁어내는 데 집중했다.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호미에 걸리면 잠시 손을 멈추고 유심히 살폈다.
이곳은 선감학원 원생 150여구의 시신이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장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날부터 선감학원 아동 인권 침해 사건 피해 아동들의 유해 시굴에 착수했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 설립된 아동 집단 수용 시설으로, 1982년까지 최소 4691명이 수용됐다. 표면적으로는 부랑아 갱생 등을 명분으로 아동·청소년을 강제 연행했지만, 강제 노역과 폭력과 고문 등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시굴 작업에 앞서 열린 개토식에는 피해자 단체인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김영배 회장과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 김훈 작가 등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도했다. 김 회장은 “이번 시굴이 감춰졌던 진실을 새롭게 밝히고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국가 차원의 사과와 명예 회복과 진상 규명이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과거의 악과 화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가능하다면 오직 사실의 바탕 위에서만 화해가 가능할 것”이라며 “많은 사실들이 확인이 돼서 그 사실의 힘에 의해 화해의 단초가 잡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