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화, 아시아에서 가장 취약” 경고 허투루 들어선 안 돼

환율 1431.3원, 코스닥 700선 붕괴
블룸버그 “아시아 위기 재연 우려”
시장 안정 대책 백방으로 찾아야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30원을 돌파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22.0원 오른 1431.3원에 거래를 마쳤다. 1430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한번 더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 데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해 달러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3.02% 급락한 2220.94로, 코스닥지수는 5.07% 폭락한 692.37로 마감했다. 고물가, 경기둔화 등 악재가 산적해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은 월요일’이라고 할 만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달러화 초강세에 따른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가치 급락으로 1997년처럼 아시아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 들어 엔화·위안화 가치가 크게 떨어짐에 따라 글로벌 펀드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자금을 회수할 경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원화와 필리핀 페소화는 아시아에서 가장 취약한 통화로 꼽혔다. 경고의 현실화를 막기 위한 비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은행은 국회에 제출한 현안 보고서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대외요인에 기인하며, 우리나라 대내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과거 두 차례 위기(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와 다르다”고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과거 (두 차례 위기) 양상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안이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외환위기 때 금을 모아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선 국민들이 이번에는 달러를 사들이기에 바쁘다”며 “당국이 외환수급을 점검해 유출 요인을 최소화할 방법을 백방으로 찾아야 할 때”라고 했다. 정책 당국자들과 국민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어제 부 내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100억달러 한도의 외환스와프가 신속하게 집행되도록 노력하고, 환율상승에 따른 신용한도 제약으로 선물환 매도에 어려움을 겪는 조선사의 애로 해소를 위해 금융당국, 정책금융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하라”고 당부했다. 당국이 이제서야 외환수급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도적 혜택을 부여해 2조달러가 넘는 민간의 해외 금융자산을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더 늦기 전에 원화 가치를 방어할 확실한 방안을 찾아내 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당국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