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충돌 막아라”… 1120만㎞ 떨어진 소행성 ‘명중’ [뉴스 투데이]

美 나사, 인류 첫 ‘방어 실험’ 성공

우주선 DART 10개월 날아가
시속 2만2530㎞ 속도로 충돌
궤도 변화 확인은 몇 주 걸려

영화에선 핵탄두로 인류 구원
지구, 소행성과 실제 충돌 땐
대도시 초토화될 정도로 위험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꿔 인류를 지킨다! 영화 같은 내용의 인류 최초 우주실험이 성공했다.

 

미국 나사(NASA·항공우주국)는 26일(현지시간) 우주선이 10개월 동안 날아가 1120만㎞ 떨어진 심우주(지구∼달 거리 이상 밖에 있는 우주)에서 지름 160m의 소행성에 정확히 충돌했다고 발표했다.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기 위해 우주선을 충돌시키는 인류 최초의 지구 방어 임무가 처음으로 성공한 가운데 26일(현지시간) 미국 나사(NASA·항공우주국)가 충돌 직전 소행성 디모르포스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실험 우주선(DART)에 장착된 카메라가 소행성과 각각 68㎞(충돌 11초 전), 12㎞(충돌 2초 전) 남겨뒀을 때 촬영한 2장의 이미지와 마지막 충돌 순간 신호가 끊어지자 지켜보던 과학자·기술진이 환호하는 장면. 나사 제공

◆인류 최초 소행성 충돌 실험 성공

 

이날 오후 7시14분(미국 동부시간, 한국시간 27일 오전 8시14분) 메릴랜드주 로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에 모인 과학자와 기술진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쌍(雙)소행성궤도수정실험(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우주선이 운동충격체가 되어 목표로 삼았던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에 시속 2만2530㎞(초속 6.25㎞) 속도로 충돌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우주선이 지난해 11월 말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 지 10개월여 만이다.

 

나사는 충돌 1시간 전부터 DART에 탑재된 카메라가 초 단위로 전송하는 디모르포스 이미지를 생중계했다. 충돌 직전 카메라가 포착한 화면은 바위와 암석으로 가득한 소행성 지표면으로 꽉 찼다가 정지 상태가 됐다.

 

우주선이 1년 가까이 날아가 작은 소행성에 정확히 부딪히는 임무를 수행했다는 것만으로도 성과로 평가된다. 이후 충돌 결과와 관계없이 지구 방어전략이 실험실을 떠나 현실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지구 차원의 노력인 행성 방어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로리 글레이즈 나사 행성과학부 책임자는 “위험한 소행성 충돌로부터 인류를 보호할 능력을 갖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DART 우주선 충돌로 디모르포스의 궤도가 실제 바뀌었는지는 앞으로 수주에 걸쳐 지상과 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확인될 예정이다. 디모르포스는 그리스어로 쌍둥이를 뜻하는 근처 소행성 디디모스를 11시간55분 주기로 공전한다. 이번 충돌로 공전주기가 10분가량 짧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두 소행성 모두 지구 충돌 위험은 없으며, 이번 충돌 실험으로도 그 가능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나사는 강조했다.

◆핵탄두 사용은 최후 수단

 

3억800만달러(약 4290억원)가 투입된 이번 ‘작전’은 우주선이 운동충격체가 돼 소행성에 충돌하는 방식이다. 이는 소행성 방어전략 중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2000년 밀레니엄을 앞두고 1998년 잇따라 개봉한 공상과학(SF) 영화 아마겟돈, 딥임팩트는 인간이 직접 핵탄두를 가지고 소행성에 충돌하며 인류를 구원하는 스토리였다.

 

실제 소행성이나 혜성 등을 핵탄두를 사용해 여러 조각으로 쪼개는 것은 위험이 클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된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DART 우주선은 디모르포스에 충돌해 궤도를 바꾸는 것으로 설정된 것도 같은 이유다.

 

DART 우주선은 무게 570㎏의 소형차 크기이며, 디모르포스는 중량 50억㎏, 지름 160m에 달한다. 소형차 크기의 우주선을 돔구장 크기에 달하는 소행성에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실험인 셈이다.

 

나사는 과거 SF 영화와 같은 핵탄두를 통한 행성 파괴가 아닌 궤도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DART와 같은 운동충격체 방법 말고도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키지 않고 길게는 수십년간 인근에서 같이 비행하며 서로 중력작용을 하게 해 지구 충돌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중력 트랙터(Gravity Tractor) 방법도 있다. 소행성 표면에서 이온 엔진을 가동하거나 태양광 반사체를 설치해 소행성 속도와 궤도를 천천히 바꾸는 방식도 연구돼 있다.

 

지구 충돌이 임박한 시점에서 너무 늦게 발견되거나 우주선 충돌로는 궤도를 변경할 수 없을 만큼 클 때는 영화에서처럼 핵탄두로 소행성을 폭파하는 방안이 동원될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논문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1메가톤(Mt)급 핵장치로 지름 100 소행성을 지구 충돌 두 달 전에 폭파하면 99%를 날려 보낼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소행성 충돌 땐 지구 초토화

 

6600만년 전 백악기 말기, 크기가 약 12㎞에 달하는 소행성이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 칙술루브에 떨어져 공룡시대를 마감하고 지구상의 생물 75%를 사라지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하며 6개 도시의 유리창을 박살 내고 1600여명의 부상자를 낸 소행성은 지름이 약 18에 불과했다. 디모르포스보다 작은 지름 140 소행성은 약 1∼2㎞의 충돌구를 만들며 대도시 하나를 초토화하고 대량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