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국무회의에서 인구 정책 방향 전환을 강조한 것은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 변화가 경제·노동·국방·교육 등 우리 사회 전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흔드는 근본 문제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각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때도 경제·비경제부처에 관계 없이 모든 부처가 인구 감소를 염두하고 정책에 이를 반영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2005년부터 수립한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퍼주기식’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보고, 인구 감소에 대한 적응 대책과 대안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구 문제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라며 “기존의 저출산 대책에서 벗어나 인구 감소를 해소할 전략 방안 마련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진행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인구 관련 주무부처뿐 아니라 모든 부처가 이를 염두에 둔 정책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업무보고 직후 브리핑에서 “국가대계 차원의 법치행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번영을 뒷받침하겠다”며 인구 문제에 대한 법무부 대책을 가장 먼저 거론했다. 한 장관은 “지금 이 나라에는 10년 뒤 인구구성이 어떻게 될지, 지역 간의 인구구성이 어떻게 될지 어렵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에 대해 연구하고 책임 있게 답을 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그동안 이민정책, 이주정책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우리의 이웃이자 경쟁자인 중국, 일본, 대만 모두 최근에 국경·이주·이민정책을 총괄할 기관을 신설한 바 있다. 이제 저희 법무부가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청’에 대해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출입국청(이민청)을 신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 방향’을 주제로 현 정부의 인구 정책 전환 방향에 대해 발표했지만, 대통령실은 해당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고령화는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저출산 정책이 인구정책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전 정부도 데이터 기반 정책을 펼쳤는데 새 정부의 인구정책은 지금으로선 추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서이종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으로 이민 확대 등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우리가 다문화국가 거버넌스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일각에서 이민자들을 지역사회 일원이 아닌 부족한 노동자 대체 등 도구적 시각으로 보고 이민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출생률에만 집중해온 인구정책의 한계에는 동의하면서도 인구구조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거·노동시장 등 구조적 문제 개선과 함께 양육지원대책 등 직접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행안부는 28일 부모급여 도입 등 저출산 시대 양육지원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제5차 열린소통포럼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