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완화로 국민 생활이 일상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경기도민 10명 중 4명은 ‘우울군’으로 분류되는 등 심리 건강이 오히려 취약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이 같은 상황이 코로나19 이후 찾아온 경제위기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론하면서도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경기도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과 함께 이달 초 도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도민 인식변화 조사’를 진행한 결과, 자가우울척도 기준 10점 이상(우울군)의 비율이 41.9%로 나왔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선 여러 지표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심한 울분’ 상태는 16.7%로, 올 1월의 13.1%보다 높아졌다. 최근 1년간 울분을 유발하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묻자 △내 감정에 상처를 주는 일(18.3%→70.0%) △아주 정의에 어긋나고 불공정한 일(20.7%→65.0%) △어떤 노력을 해도 소용없는 일이라고 느끼게 하는 일(18.7%→62.2%) △정신건강에 지속해서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일(15.0%→61.4%) 등 대다수 항목이 올 1월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런 심리 상태가 일상 회복 인식도가 높아진 시점에 나타났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가 느낀 일상 회복 수준(100점 만점)은 62.7점이었다. 이는 2020년 이후 다섯 차례 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올 1월에는 47.2점에 그쳤다.
우울감의 증가는 코로나19 등이 몰고 온 경기 침체와 고립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상 회복 점수는 소득이 낮을수록 더 낮았으며, 코로나19로 겪은 부정적 경험은 ‘경제적 위기’ 25%, ‘가까운 사람에게 질병, 상해, 폭력’ 19.5%, ‘가까운 인간관계 문제’ 18.7% 등의 순으로 많았다.
특히 11개 항목의 부정적 경험 가운데 1개 이상을 겪은 응답자는 올 1월 48.9%에서 9월 62.9%로 급증했다.
반면 코로나19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의 통제·관리가 가능한 위험이 될 것이라는 응답자(43.6%)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21.8%)보다 2배 많았다.
도 관계자는 “결과 해석에 대해선 추론만 할 뿐 아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다만 이런 상태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를 놓고 연구팀 안에서 우려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케이스탯에 의뢰해 웹조사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