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미키 다카히로 감독의 영화는 일본 영화 특유의 멜로 감성이 돋보이는 드라마, 판타지 영화로 서로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설정 속에 사랑을 이어간다는 내용의 그 에필로그만 들어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느낌의 잔잔한 이야기다. 만화학과에 재학 중인 주인공 ‘타카토시’는 미용학교에 다니는 ‘에미’에게 첫눈에 반한 후 연락처를 물어본다. 휴대전화가 없다는 그녀의 말에 거절의 의미인 줄 알고 이내 상심하며 돌아가려던 타카토시에게 에미는 정말 휴대전화가 없는 것이라고 하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또 만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리는 에미의 행동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둘은 그날 헤어진다.
그런데 운명처럼 다음 날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 연인이 된 둘은 매일매일 데이트를 하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젊은 연인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에미의 수첩을 본 타카토시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게 된다. 이에 모든 걸 고백하는 에미. 둘의 시간은 서로에게 반대로 흐른다. 35살의 타카토시는 5살의 에미를 만나고, 35살의 에미는 5살의 타카토시를 만났었다. 타카토시의 관점에서 본 시간의 흐름에서 에미의 시간은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
#초콜릿을 넣은 스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데이트를 하는 둘.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자며 자취방에서 꽁냥거리며 요리를 한다. 겨울 해 질 녘 늘어지는 노을빛이 아름답게 타카토시의 얼굴을 비춘다. 어떤 요리를 하나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타카토시에게 에미는 비프 스튜를 해준다. 비프 스튜를 한 입 먹어보고는 자기 본가의 비프 스튜랑 맛이 비슷하다고 신기해하는 타카토시. 초콜릿을 넣었다는 말에 서로 예전에 말한 적이 있다 없다 말씨름을 하던 중 문득 말한 적 없지만 에미가 이미 알고 있었던 지난 일들이 떠오르며 궁금해진다.
스튜를 먹는 장면은 영화에서 처음으로 타카토시가 에미의 비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는 순간으로 에미의 미묘한 표정과 슬픔을 느낄 수 있다. 다른 부분에선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타카토시, 문득 기억 속 음식 앞에서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음식의 기억은 그만큼 강렬한 것 같다.
#비프 스튜
각 나라를 대표하는 소고기 스튜들이 있다. 러시아의 스트로가노프, 헝가리의 굴라시, 프랑스의 뵈프 부르기뇽, 아일랜드의 아이리시 스튜, 베트남의 보 코, 이탈리아의 오소부코, 한국의 갈비찜 같은 음식들이다. 만드는 방식도 모두 비슷하다. 술과 양념을 넣고 오랜 시간 푹 끓인다. 이런 요리의 특징은 일반적으로 소의 질긴 부위를 잡냄새가 덜해지도록 끓여 부드럽게 먹는 것에 있다. 그래서인지 조금 강한 향의 소스가 베이스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뵈프 부르기뇽은 레드와인을 넣거나 레드와인에 푹 끓여 만드는데, 와인이 고기의 냄새를 제거하고 고기에 와인이 스며들어 육질이 부드럽다. 다만 와인의 산도가 너무 높으면 고기가 부드럽다 못해 푸석푸석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헝가리의 굴라시에는 파프리카가 들어간다. 살짝 매콤한데 난 그 스튜의 소스 맛에서 김치찌개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탈리아의 오소부코는 화이트와인이 들어간다. 송아지 정강이뼈로 만드는데 소꼬리 같은 부위로 대체하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잔칫집에서 빠질 수 없는 소갈비찜이 있다. 다른 어느 나라 스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밥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간장 베이스의 양념 맛이 독특하고 강하기에 두루 어울린다. 하나 재밌는 건, 우리는 끓이는 요리를 할 때 고기를 흐르는 물에 담가 핏물을 빼는 작업을 하는데 서양요리에서는 이 핏물을 육즙이라고 하여 보관하는 방식의 조리법을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갈비찜은 핏물을 빼준 후 끓는 물에 퐁당 넣고 끓이거나 뜨거운 물에 갈비를 데쳐 사용하지만, 양식은 밀가루를 조금 입혀준 후 팬에 구워 겉면을 바삭하게 색을 내 모양을 유지하며 끓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밀가루는 스튜의 농도를 잡아주고 색을 노릇하게 내주며 고기 내부의 육즙을 일차적으로 가두어 풍미를 더해주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