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尹 사과할 때까지 싸울 것”… 與 “대선 불복 뜻”

민주, 해임안 단독 처리 안팎

野 의사일정까지 변경하며 표결 강행
與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전례 없어
30일 김진표 의장 사퇴권고안 낼 것”
정의당 “대통령 사과 우선” 표결 불참

여야 민생은 뒷전… 강대강 극한 대치

윤석열정부 첫 장관 해임건의안이 29일 의결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임명 141일 만에, 국회의원 동료들에게 해임건의를 당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후폭풍도 상당할 전망이다. 여야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협치 가능성은 더욱 요원해질 전망이다. 해임건의안은 강제력이 없는 만큼 여야 모두 민생보다 정쟁에 집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을 처리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갈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이날 오후 6시, 박 장관 해임건의안 투표 건을 찬성 168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차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해임건의안 의결은 이날 본회의 안건에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통해 표결을 관철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쟁점 안건을 처리한 전례가 없다”며 “협치를 파괴한 의회 폭거”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민주당 위성곤 정책수석부대표는 “해임건의안은 여야 합의와 별개로 처리됐다”며 “사과하고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인데 대통령은 답이 없다”고 맞받았다.

국회법상 해임건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지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게 돼 있다. 최소한의 숙의는 거치라는 취지다. 27일 본회의에서 보고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은 30일 오후 2시까지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동원했다. 지난 4월 당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처리할 때처럼, 독단적으로 운영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법을 따랐다고 연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표결 직후 ”국회법 문제는 없다”며 “국민 압도적 다수가 부족하다 하는데 아무 일 없이 넘어가는 것에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박 장관이 한나라당 대변인이던 2003년, 김두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결의안이 가결된 것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해임안을 수용, 상생의 정치를 해달라”고 논평한 것을 거론하며 “본인이 한 말을 지금은 스스로 되새겨 볼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실을 고백하고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책임 있는 인사 조처를 할 때까지 국민과 싸워나가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익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말로만 국익을 말하지, 국익이 어떻게 되든 간에 대통령과 정부가 잘못되길 바란다”며 “대선 불복 뜻이 있는 것 같다. 국민이 169석 민주당이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고 위험한 것인지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나라의 미래는 아랑곳하지 않는, 제3세계 국가들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국익 자해”라고 비판했다.

與, 해임안 반대 피켓 시위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네 번째)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을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투표가 이뤄진 본회의장 밖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농성도 있었다. 의원들은 로텐더홀 계단 앞에서 ‘반민주·반의회·국정 발목잡기를 중단하라’고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민주당과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판했다.

김 의장도 막판까지 중재에 나섰으나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김 의장은 대통령의 진솔한 의사 표명, 박 장관의 대국민 사과, 외교·안보진용 인사 조치를 조건으로 여당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30일 오전 중 김 의장 사퇴 권고안을 내겠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해임안 가결 직후 “내일 오전 중으로 국회의장 사퇴 권고안을 낼 작정”이라고 했다.

가결 선포 김진표 국회의장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뉴스1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강제력이 없다. 윤 대통령이 따라야 할 의무도 없다. 오히려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불신임 투표라는 상징적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도 민생과 경제위기는 등한시하고 정쟁만 격화시켰단 비판이 나온다. 정의당은 박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에 불참했다. 외교 논란은 윤 대통령이 원인인데, 야당이 꺼낸 해임건의안은 박 장관에게만 책임을 묻는 정쟁이라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