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은 왜 ‘출근길 지하철 탑승’을 다시 택했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출근길 지하철 탑승’ 선전전을 재개했다. 그 배경은 무엇이고 선전전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2일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지난달 28일 제 38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했고, 지금은 삭발식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에 면담을 요청했는데, 일주일 안에 답변이 오지 않으면 다시 선전전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9호선 여의도역에서 철창에 들어가 수갑을 찬 채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과 장애인 권리 4대 법률 제개정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시작한 뒤, 현재까지 선전전을 중단했다가 재개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제 38차 선전전은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게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받기 위해 진행됐다”는 게 전장연 설명이다. 

 

전장연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료에서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전장연이 요구했던 장애인 권리 예산은 삭감 혹은 동결됐고, 법에 의해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할 예산과 자연증가분 예산이 과대 포장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위한 노력은 커녕 시위의 불법성만 운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예산의 문제로 중증장애인이 거주시설에 가둬지거나 가족으로부터 살해되는 참사가 수차례 반복되고 있지만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에 대한 책임 있는 한마디 없는 사람이 과연 보건복지부 최고 책임자로서 적절한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9호선 여의도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조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관련 질의에 “합법적인 범위에서는 조금 벗어났다고 본다”며 “이제는 표현 방법을 조금 바꿔서 시민 불편을 줄이고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집권 여당을 향한 쓴소리도 나왔다. 전장연은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으로부터 장애인 권리 입법과 장애인 권리 예산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해보겠다는 공식적인 약속을 받았지만,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여전히 ‘불법에는 처벌밖에 없다’는 권성동 의원의 SNS 글 이외에 어떠한 만남도 답변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전장연은 “누가 죄인입니까. 장애인 권리 예산·권리 입법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장애인들이 21년을 외쳐도 대한민국 사회는 장애인이 이동할 기본적 권리도 보장하지 않았고, 너무나 지독히도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사회였다”면서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