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 청약 등을 염두에 두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지내는 신혼부부들이 있습니다. 주관적으로 혼인할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부부 공동생활이라고 인정될 만한 혼인의 실체가 존재할 때 사실혼 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봅니다. 단순한 동거나 간헐적인 정교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사실혼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법원이 사실혼의 성립을 인정할 것인지 판단할 때는 결혼식 여부, 상당한 기간의 동거관계, 양가 가족의 인지와 교류 여부, 생활비를 함께 지출하는 등 경제적 공동체로 생활하여 왔는지 등 다양한 사정이 고려됩니다. 단적으로 오랜 기간 동거를 하였을지라도 상대방의 가족과 일면식이 없거나 관혼상제에 참여하지 않는 등 교류가 없었다면 사실혼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사실혼이라 하더라도 법률혼에 인정되는 일반적인 효과가 상당 부분 인정됩니다. 예컨대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부부간 동거, 부양, 협조 의무는 사실혼 관계의 부부에게도 적용됩니다. 배우자의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 부양, 협조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사실혼 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한 것이 되므로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재산적인 효력 면에서도 법률상 부부와 마찬가지로 일상가사대리권(민법 제827조), 일상가사에 대한 연대 책임(민법 제832조), 생활비용의 공동 부담 규정(민법 제833조) 등이 적용됩니다. 무엇보다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한 부부 공동재산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 분할에 관한 규정은 사실혼 관계에도 준용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그러므로 사실혼 관계를 일방적으로 해소했다면 상대방에게 위자료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별론으로 상대방에게 재산 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실혼 관계는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보호를 받습니다. 따라서 제3자가 사실혼 관계의 부부 중 한쪽과 성행위를 하는 등 하여 관계를 파탄시켰다면, 제3자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합니다.
그러나 혼인무효 사유(민법 제815조 제2호, 제3호)에 해당하는 근친 간의 사실혼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중혼적 사실혼(법률상 혼인을 한 부부의 한쪽이 제3자와 혼인 의사로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하는 경우)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합니다(중혼적 사실혼이 예외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차회 칼럼으로 후술합니다).
법률혼에 관한 민법 규정 중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규정도 사실혼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민법에 의한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실혼 배우자가 숨지면 그 상대방은 상속·재산 분할 등의 명목으로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
이경진 변호사의 Tip
‧ 근로기준법의 유족보상,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공무원연금법, 국민연금법의 유족연금 등에 대해서는 사실혼 배우자라 하더라도 수급권이 보장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했다면, 검사를 상대로 사실혼 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확인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