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
지난 5년간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중 집행유예를 받은 비율이다.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양형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아동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1967명의 평균 형량은 44.67개월, 이 중 집행유예자는 989명이다.
아동 성범죄를 받은 사람의 대부분이 2∼3년 짧은 형기를 마치거나 집행유예를 받고 사회로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김영호 의원실이 지난달 23일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초·중·고등학교 1만2017곳 가운데 반경 1㎞ 안에 공개 대상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곳은 5911곳이나 됐다. 전체 학교 중 절반은 주변에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영호 의원은 “아동·청소년 대상 상습 성범죄자에 대한 가중처벌과 완전한 사회격리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이 만기 출소 예정인 가운데 성범죄자 중에서도 ‘재범 위험성’이 높은 아동 성범죄자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에 대한 신상공개나 보호관찰 수준이 아니라 추가 격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형 집행이 끝난 제소자를 치료감호, 보호 수용하는 것은 이중처벌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미 많은 국가들이 이런 법을 시행하고 있다는 주장 역시 많다. 국가별로 아동 성범죄자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지 살펴본다.
◆미국 비동의 입원치료 명령해도 위헌 아니야
미국의 많은 주는 성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정신이상·인격 장애를 가진 성폭력범죄자에게 형기 종료 후에도 입원치료를 명령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캔자스 주에서 만들어진 SVP법(The Sexually Violent Predator Act)은 한국 법무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사후 치료감호’와도 유사하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출소가 임박한 고위험 성폭력범죄자 중 재범 위험성이 높고 정신이상·인격장애자로 판단되면 법원이 입원치료를 명할 수 있다. 대상자의 상태가 호전돼 치료시설에서 퇴원한 후에도 치료계획과 준수사항을 위반할 경우 다시 입원치료시설로 되돌려 보낼 수 있게 했다.
미국에서도 이런 치료감호가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1997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SVP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캔자스주에서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형기가 종료된 헨드릭스(Hendricks)는 입원치료를 명령받자 이중처벌이라며 소송을 냈지만 연방대법원은 SVP법은 본질적으로 형벌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한국 법무부도 ‘치료감호’가 처벌이 아닌 ‘치료’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독일 형벌과 차별화된 ‘보호수용’ 제도
독일도 형벌과 상관없이 자유 박탈적 보완처분에 해당하는 보호수용제도를 실시해왔고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의 경우 출소 후에도 재범 위험성이 클 경우 보호수용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독일에서도 이는 신체의 자유 박탈을 본질로 하는 자유형과 실질적인 구분이 없고 사후 보호수용은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이런 이유로 최근 20여년간 여러 차례 관련 법 규정이 개정·추가되고 독일연방헌법재판소와 유럽인권재판소의 판단을 받는 과정을 겪었다.
지난 3월 고려대 법학연구원에서 발간한 ‘보호수용법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 독일 보호수용제도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독일은 보호수용제도를 유지하되 자유형과 집행방식을 명백히 다르게 하는 차별화 원칙을 지켜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예컨대 보호수용은 포괄적인 처우조사를 통해 적합한 돌봄을 제공해야 하며 일반적인 생활관계에 부합해야 한다. 또한 보호수용의 집행을 회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치를 반드시 취할 것을 요구하여 피수용자의 권리 역시 강화했다. 무엇보다 단순히 격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재사회화를 위한 개별적이고 개방적인 처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무기한 격리가 가능한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밖에도 스위스는 정신장애와 연관이 있는 범죄자 중 입원치료를 통해 재범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 법원이 입원치료를 명령할 수 있다. 기간은 원칙적으로 5년이지만 계속 갱신이 가능하다. 스위스는 지난 2007년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고, 지속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무기한 격리가 가능한 무기감호까지 도입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정신적 또는 심리적 비정상 상태로 범죄를 저지르고 재범 위험성이 있는 경우 법원은 기간을 정하지 않고 정신이상자에 대한 시설수용을 명령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설수용 상한에는 제한이 없고, 법원은 직권으로 시설수용 필요성을 매년 검사한다.
프랑스 역시 강력범죄를 저질러 15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해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특별폐쇄 수용시설에 수용해 의학적, 사회적 치료를 받게 하는 보안유치제도를 운용한다. 해당 결정은 1년간 유효하며, 1년 단위로 계속 갱신이 가능해 사실상 상한이 없다.
국내에서도 해외처럼 치료감호 및 보호수용을 적극 실시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가 보호 수용하면, 과거 삼청교육대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기 때문에 거부감이 많았다”면서도 “독일의 사례처럼 수용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알맞은 처우를 보장하면서도 사회로부터 격리해 치료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