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각 국회의원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것을 보니 국정감사의 시즌이 돌아왔다는 것이 느껴진다. 국정감사란 국회가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정기국회 집회일 이전에 감사 시작일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본회의 의결에 의해 국정 전반에 관해 실시하는 감사를 말한다. 4일 시작한 이번 국정감사는 11월3일까지 783곳의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인데, 초반부터 여야가 정쟁에 매몰되어 비생산적 국감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번 국감은 정권교체 후 5개월 만에 실시되기 때문에 사실상 문재인정부 7개월과 윤석열정부 5개월간의 국정을 감사 대상으로 한다. 국정감사의 본질은 지난 1년간 나라를 운영한 사람들이 자신의 의무를 다했는지, 그래서 국가와 국민을 잘 보살폈는지를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신해 검증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국감은 국민이 낸 혈세가 제대로 쓰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민생을 편안하게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만일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거나 세금이 낭비되었다면 그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그리고 누구에게 있는지를 밝혀 잘못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아이들도 아는 이 평범한 진리를 외면한 채 서로의 정치적 이익에 눈이 멀어 무늬만 국감인 실질적 정쟁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여야가 다음과 같은 일에 몰두한다면 애당초 이번 국감은 글러 먹은 것이다. 우선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과 관련해 대통령의 막말, 외교참사, 외교부 장관 사퇴 등에 시간과 예산을 낭비한다면 그건 민생을 외면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지루한 공방을 또다시 주고받는다면 그것도 국민과 민생을 외면한 것이다. 그것은 어차피 수사기관과 법원이 판결할 일이지 정치권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회복) 논란도 마찬가지다. 목적이 어디에 있건 이런 이슈들은 이미 수차례나 재탕삼탕 반복되어 진국이 다 빠져버린 곰탕처럼 나라와 국민에게 아무런 영양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