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치솟는데 “훈련중”만 언급…軍 낙탄 사고에 불안에 떤 강릉

현무-2C 미사일 낙탄 사고

탄두, 민가서 700m 떨어져 발견
주민 신고 쇄도… 軍 “훈련중”만 언급
민주당 “낙탄 사고 진상규명해야”

한·미가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맞서 지대지 미사일 5발을 동해상으로 쐈지만, 한국군 현무 미사일 1발이 발사에 실패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5일 군에 따르면, 한·미는 4일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강원 강릉기지에서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한국군 현무-2C 탄도미사일과 한·미 에이태큼스(ATACMS) 2발씩 총 4발이 발사됐다.

강원 강릉시 모 공군기지에서 4일 밤에 실시된 한·미 연합 지대지 미사일 사격훈련 도중 현무-2C 미사일이 발사 직후 추락하면서 불길이 일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하지만 4일 오후 11시쯤 쏜 현무-2C 1발은 발사 직후 비정상적으로 비행하다 기지 인근에 떨어졌다. 탄두는 사격 지점에서 1㎞, 민가에서 7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추진체는 탄두에서 400m 거리에 떨어졌다. 군은 주둔부대 장병들을 안전지역으로 대피시켰다. 군 관계자는 “사고 후 미사일 추진제(연료)가 연소하면서 화재가 짧게 발생했고, 탄두는 폭발하지 않았다.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국방과학연구소(ADD) 등과 함께 미사일 이상 여부를 전수 검사하고 있다.

 

현무 낙탄 사고지역인 강릉시에서는 밤새 큰 불길과 폭발음이 들려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강원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쯤 소방상황실에는 ‘비행장에서 폭발음이 들린다’ 등 10여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직후 소방차 등이 군부대로 출동했지만 훈련 중이라는 설명만 듣고 3분 만에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군 당국의 별도 설명이 없어 주민들 불안이 컸다. 낙탄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기지 주변 불길 등을 찍은 영상과 사진이 공유됐다. 400명이 넘는 시민들은 새벽까지 SNS 댓글을 통해 ‘미사일이 잘못 발사된 것 같다’, ‘폭발음으로 강릉이 난리다’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기지 인근인 강릉시 입암동 한 주민은 “아파트에서도 불길이 보였는데 아무런 안내 방송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이날 현무 낙탄 사고를 개탄했다. 강릉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국민 혈세로 운용되는 병기가 오히려 국민을 위협할 뻔했다”고 질타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도 “완전한 작전 실패이며 화재가 났을 때 소방서가 갔는데 군이 자체 대응하겠다며 막아섰다는 제보도 있다. 늦장 대응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