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중반대에 머물며 두 달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했다. 국제유가 하락 덕분에 상승세가 다소 꺾였지만 여전히 앞길은 험준하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 물가 상방 압력이 상당해 고물가 상황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외식물가 상승률이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더 고통스럽다. 정부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등 김장재료 수급 안정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외식물가 30년 만에 최고… 고물가 당분간 이어질 듯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했다. 올해 들어 가파르게 오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6.3%를 기록한 뒤 8월(5.7%)부터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상승세 둔화에는 국제유가가 한풀 꺾인 점이 영향을 미쳤다. 석유류 상승률은 지난 6월 39.6%로 정점을 찍은 이후 7월 35.1%, 8월 19.7%, 지난달 16.6%로 점차 상승 폭이 줄고 있다. 공업제품(석유류·가공식품 등) 품목의 전체 물가에 대한 기여도 역시 전월 2.44%포인트에서 2.32%포인트로 하락했다.
그렇지만 외식물가 상승률은 9.0%로 1992년 7월(9.0%) 이후 30년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농산물 가격은 채소류(22.1%)를 중심으로 8.7% 상승했다. 작황이 좋지 않았던 배추(95.0%)와 무(91.0%)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나름대로 한국의 물가는 좀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급등세가 다소 잦아들었지만, 5%대 이상의 고물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달에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데다 급등한 원·달러 환율 역시 수입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주재한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개 양상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높은 수준의 환율,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이 (물가) 상방 리스크로 잠재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올해 최악의 무역수지 적자가 우려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 전선에 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에 따르면 올해 4분기 EBSI는 84.4로, 2분기(96.1)·3분기(94.4)보다 하락했다. 이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기업들이 다음 분기의 수출 경기가 직전 분기보다 악화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정부, 김장철 앞두고 재료 공급 확대 대책 마련
정부가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이달 하순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추·무·고춧가루·마늘 등 김장재료별 수급 전망을 토대로 부족한 물량에 대해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담은 대책을 이달 말 발표한다고 5일 밝혔다. 대책에는 소비자의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 방안도 포함된다.
농식품부는 김장배추로 사용되는 가을배추의 경우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증가해 김장철 배추 구매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측에 따르면, 가을배추 생산량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129만t이다. 가을배추는 이달 중순부터 수확이 시작돼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된다.
최근 배추 가격도 준고랭지 배추가 수확되면서 물량이 증가해 지난달 하순 하락세를 보였다. 배추 도매가격은 지난달 중순 포기당 9000원 수준까지 올랐으나 이달 1일 5543원까지 떨어졌다. 소비자 가격 역시 지난달 중순 포기당 1만원 수준까지 올랐으나, 지난달 30일 8155원으로 하락했다. 다만 지난 2일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수확 작업이 어려워짐에 따라 일시적으로 배추 도매가격은 상승한 상태다. 농식품부는 작업 여건이 개선되면 다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조속한 수급 안정을 위해 사전에 수매하기로 계약한 배추밭 100㏊에서 수확되는 배추를 시장에 계속해서 공급할 계획이다. 단 배추 수급이 충분히 안정될 경우 공급을 중단하고 나머지 물량은 비축하기로 했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배추 공급량은 앞으로 점차 확대돼 김장철에는 충분한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본다”면서 “소비자들의 김장철 장바구니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부담완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2027년까지 청년농 3만명 육성 계획
정부가 농업의 미래산업화를 위해 2027년까지 40세 미만 청년농 3만명 육성에 나선다. 2020년 현재 1.2% 수준인 청년농 비중을 3%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시설·노지·축사 등 분야별 농업생산의 30%를 스마트농업으로 전환한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업혁신 및 경영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미래 농업을 이끌어갈 청년농을 1만2400명(2020년)에서 5년 뒤 3만명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 기간 40세를 초과해 자연 이탈하는 청년농 규모(약 8000명) 등을 고려하면 신규 유입 인원은 2만6000명 수준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창업 준비단계부터 성장단계까지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청년들의 농업 유입 통로를 넓히기 위해 영농정착지원금 대상을 올해 2000명에서 내년에는 4000명으로 두 배 늘리고, 지원금액도 월 최대 110만원으로 10만원 증액한다. 지원 대상은 2024년 5000명, 2025년 5000명, 2026년 6000명, 2027년 6000명으로 점차 늘린다는 계획이다.
청년농이 원하는 농지를 30년간 빌려 농사를 지은 뒤 매입할 수 있도록 ‘선 임대-후 매도’ 제도를 내년 도입한다. 임대형 스마트팜과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청년농스타트업단지도 조성된다.
후계농업경영인 선정 규모도 올해 3000명에서 내년에는 5000명으로 확대한다. 창업 이후 후속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한 우수후계농업경영인 선정 규모도 300명에서 500명으로 늘린다.
이와 함께 정부는 농업생산의 디지털 대전환을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농업 확산을 통한 농업혁신 방안’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까지 생산농가(또는 면적)의 30%에 스마트농업 장비·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온실과 축사, 노지 등에 환경제어·데이터 관리 등 즉시 적용이 가능한 기술과 장비를 보급해 스마트 시설로 전환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경북 상주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청년들의 농업 창업을 돕기 위해 체계적인 교류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에 앞서 청년농업인이 재배하는 스마트팜을 둘러본 윤 대통령은 “농촌이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의 농업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농업의 확산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스마트 농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농업인의 여건과 수준에 맞는 교육프로그램과 현장 문제 해결을 위한 컨설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