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이 5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대한민국의 국익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싸우는 세력”이라고 몰아붙였다. 중도 색채가 강한 안 의원이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우클릭’하는 모양새다. 안 의원의 강점으로 꼽히는 ‘중도확장성’뿐 아니라 전통적 보수층, 즉 당심(黨心)에도 호소하는 쌍끌이 전략으로 차기 전대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문 전 대통령의 10·4 남북공동성명 15주년 메시지를 거론하며 “이 성명을 보며 제가 지금까지 했던 정치적 결단 중에 가장 잘한 일은 문 전 대통령의 민주당과 결별한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일침을 놨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며 “주변 강대국에 의존하며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국익과 평화의 가치를 우선하여 남북관계를 복원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의원은 이에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낸 분이 맞나 싶은 메시지”라며 “한·미동맹을 부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또 “도대체 문 전 대통령께서 말하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며 “공격용 핵무기 사용을 법에 명시한 북한과 그 북한의 뜻에 따르는 대한민국을 뜻하는 것이냐”라고 몰아세웠다.
안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이미 ‘한반도 대리운전자론’으로 조롱받고 있다”며 “‘삶은 소대가리’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김정은이 가라는 대로 가는 운전자라는 것”이라고 맹공을 이어갔다. 그는 “결국 문 전 대통령의 10·4 공동선언 15주년 성명은 본인도 하지 못한 일을, ICBM이나 핵실험이 일어날 때 그 책임을 현 정부에 떠넘기려는 사전작업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의원이 그동안 페이스북에 올리던 글들에 비해 ‘톤 업’된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 이슈로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우클릭’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차기 전대 출마를 준비 중인 안 의원이 당심 잡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안 의원의 최대 지지층인 중도층뿐 아니라 전통적 보수층까지 아울러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7대3의 비율로 합산해 치러지는 만큼, 당심의 지지 없이 당선은 힘들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문 전 대통령과) 결별한 이후 저의 결단과 행동은 일관됐다”며 “대한민국의 국익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싸우는 세력에 맞서,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는 세력 편에 선 것”이라고 보수 정체성을 재차 역설했다.
안 의원은 “이 싸움은 결단의 순간이 온다면 ‘북한에 굴복할 것인가’와 ‘북한과 싸울 것인가’에 관한 실존적인 문제”라며 “저 안철수는 대한민국과 싸우는 세력에 맞서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