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무와 배추가 자라는 걸 보니 신기해요. 조금 있으면 김장도 직접 할거래요.”
5일 오전 전북 임실군 지사면 읍내에 자리한 지사초등교. 교정 한쪽에 마련한 텃밭에서는 노란색 명찰을 찬 아이들이 잡초를 뽑고, 신기하게 생긴 풀벌레를 관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19명에 불과한 조용한 시골 학교가 하루아침에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 것은 전날 서울에서 시골 학교로 전학온 이들 농촌유학생들 때문이다. 1∼5학년생 9명은 전북도와 전북교육청이 서울교육청, 재경전북도민회와 함께 이달부터 진행하는 농촌유학 시범 사업을 통해 임실로 내려와 이 학교로 전학했다.
성북구에서 엄마와 함께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이랑 임실로 내려온 1학년 곽모군은 “책에서만 봤던 메뚜기를 처음 잡아봤어요. 앞으로 체험활동도 많이 한다니 재밌을 거 같아요”라며 연신 싱글벙글한다. 곽군의 어머니는 “유년 시절 시골의 좋은 추억을 되뇌는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소가 되곤 한다”며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선물하기 위해 농촌유학길에 올랐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농촌유학은 타지 초·중학생이 전북지역 농산어촌 학교에 전학해 정규 교과 과정과 함께 생생한 자연생태를 탐구하고 특색있는 체험형 학습을 하는 교육 활동이다. 대도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성장기에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 상황까지 내몰리는 시골 학교에는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로 삼기 위함이다. 장기적으로는 유학생과 가족의 귀농·귀촌 형태의 지역 정착을 기대한다.
이번에 서울지역에서 전북으로 유학한 학생들은 총 27명으로 가족을 포함하면 4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임실을 비롯해 진안, 완주, 순창 등 4개 지역 6개 초등교에서 공부하며 특화한 프로그램을 연계해 체험하게 된다. 임실 지사초와 대리초는 텃밭 가꾸기와 마을교육, 목공수업 등 농촌체험 활동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진안 조림초교는 아토피 치유마을을 통해 건강 회복과 성장 발달에 도움을 준다. 순창 동산초는 홈스테이를 통해 국악 등 전통문화를, 완주 동상초와 운주초는 사계절 변화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숲속 교실, 진로 경제교육 등을 운영한다.
전북·서울교육청은 이들이 농가주택에서 가족이 함께 생활하거나 유학센터, 홈스테이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매월 80만원의 유학 경비를 지원한다. 전북교육청은 전북도와 함께 올해 농촌유학을 서울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5개월간 시범 운영하되, 내년부터는 전국 도시지역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1년 단위로 모집할 예정이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농촌유학생들이 재학생과 즐겁게 어울리며 지역 특색을 담은 흥미진진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전북에 오래 머물고 싶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