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한창인 전시들이 이 항구도시에 쌓인 여러 겹 역사를 다각도로 보게 만든다. ‘물결 위 우리(WE, ON THE RISING WAVE)’란 주제로 열리고 있는 부산비엔날레 2022와 부산시립미술관의 소장품전 ‘모든 것은 서로를 만들어 나간다’에서다.
◆부산시립미술관 소장품전
“부산의 역사와 미술이 분리돼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부산에 차려지는 격년제 국제 미술제
개막 한 달째인 부산비엔날레에는 구름 인파가 몰려 최근 부쩍 강해진 미술애호 열풍을 보여주고 있다. ‘물결 위 우리’라는 주제로 25개국 출신 작가 64개 팀 80명이 참여했다. 근대 이후 부산 역사와 도시 구조 변천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도시의 역사와 지역성, 그 속에 존재했던 삶의 이야기들을 전 지구적 현실로 확장한다. 해양도시 부산, 부산에 사는 사람들이 마주했던 거대한 파도를 연상시키는 ‘물결’이란 주제어는, 그 자체로 지역의 상징이기도 하고 격변 속에서도 도도하게 흘러온 역사와 삶의 은유이기도 하다.
이번 비엔날레는 김해주 전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이 전시감독을 맡아 기대를 모았다. 1980년생인 그는 초·중·고교 10대 시절을 부산에서 보냈고, 20대 때인 2006년엔 부산비엔날레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누구보다 부산에서 쌓은 추억이 적잖을 부산 출신 미술인이고, 실무자로서 부산비엔날레에 참여했던 경력이 있다. 그래서 부산으로의 ‘귀환’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점이 됐다.
장소 선정도 흥미를 끌었다. 정례적으로 전시가 열리는 부산현대미술관 외에 초량, 영도, 부산항으로 관람객 발길을 끌었다. 초량은 19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산과 언덕 경사면에 위태롭게 생겨난 노동자 주거지다. 산 중턱에 난 산복도로, 그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부산 바다가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초량 비탈길 위에 아슬아슬하게 뿌리내린 나무처럼 자리한 주택 한 채를 빌려 송민정 작가 영상 작품을 설치했다. 작품을 보러 초량으로 가는 길, 초량에서 마주하는 풍경들이 모두 항구도시에서 열리는 비엔날레 감흥을 더하는 요소가 된다.
영도에선 태풍을 맞아 천장이 날아가 버린 창고 안에 이미래 작가의 초대형 설치작품 등이 놓였다. 부산항 제1부두는 출입통제구역이었던 곳이 처음으로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관람객이 급증한 반가운 변화에 뒤따르는 숙제도 적잖아 보인다. 스마트폰으로 큐알(QR)코드를 찍어 일부 작품의 해설을 들을 수 있게 했지만, 부족하다는 반응이 많다. 영상작품이 너무 많아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상당했다. 영도에 놓인 이미래의 초대형 설치작품은 설치 직후 공개됐던 모습과 한 달 후인 지금 차이가 확연하다. 두 차례 태풍을 그대로 맞은 채로 방치된 듯, 찢긴 천이 마구잡이로 휘날리고 있어 원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작품 자체이자 작품을 지탱하는 뼈대인 철제 비계가 휘어져 있어 무너질 듯 위태했다. 지난 3일 방문했을 당시 현장 안내요원이 안전 문제로 위험하니 구조물 내부로는 들어가지 말라고 안내 중이었다. 오래 머물며 차분히 감상하기엔 불안하다. 혹시 이마저도 작가의 의도인지, 제공된 해설에는 나와 있지 않았다. 11월6일까지.